통큰 양보로 중소상인과 상생 첫발

사실상 4년간 사업확장 포기 선언한 셈
기존 추진중인 점포는 의견 엇갈려 불씨


유통산업발전협의회가 내놓은 상생 방안에 대해 대형 유통업체들이 '통 큰' 양보를 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중소 상인들도 대형유통업체와 머리를 맞대고 상권 갈등 해결책을 합의했다는 데 대체로 만족해했다. 다만 대형마트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않은 모습이다.

김경배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대체로 많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앞으로 실행 방안에 대해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장은 "인구 30만 이하 지역에 신규 출점을 안하기로 했으니 대단한 것"이라면서 "농협하나로마트나 코스트코도 한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년 확장 중단 효과?=이번 상생안의 주 골자는 대형마트는 인구 30만 미만의 중소 도시,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인구 10만 미만의 중소 도시에 신규 점포를 내지 않겠다는 것과 평일 이틀간 자율 휴업한다는 것이다.

당초 실무자간 협의에서 대형마트는 인구 20만 미만, SSM은 5만 미만 출점 제한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중소 상인들은 50만 미만으로 강화해 줄 것을 재차 요구했다. 결국 대형유통업체들이 한 발 물러서 대형마트는 인구 30만 미만, SSM은 10만 미만에서 접점을 찾으면서 대형마트는 만만치 않은 출혈을 감수하게 됐다.

2015년까지 인구 30만 미만의 중소 도시에서 출점을 포기한 것은 사실상 앞으로 4년 동안 사업 확장을 하지 않기로 한 것과 같다는 게 유통업계 주장이다. 실제 전국적으로 서울, 부산 등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의 상당수 중소도시가 인구 30만명을 밑돌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추가 출점 제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구 30만 명을 넘는 도시는 서울, 고양, 성남, 포항, 제주 등 26곳에 불과하다. 전국 지자체(156곳)의 16.7% 수준에 그친다.

한병문 롯데마트 동반성장 부문 이사는 "인구 30만 미만 출점 제한이면 현재 사업 확장 계획 가운데 절반 정도는 출점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논란 불씨는 남아=이번 상생안에서 대형마트가 기존에 추진한 신규 점포는'숙제'로 남겨졌다. 협의회 출범 첫 날인 만큼 '벌집 통'은 건드리지 않고 상생 분위기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상생안 발표 이후 양측이 여전히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어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다.

설도원 홈플러스 부사장은"점포 개설을 위해 기존에 투자한 건에 대해서는 그대로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강행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 진병호 전국상인연합회 회장은 "대형마트들이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에 출점을 추진중인지 다음 회의에서 공개하기로 했다"면서 "이를 토대로 서로 협의해 출점 강행 또는 제한 여부를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의견을 달리했다.

협의회 출범 후 논란이 됐던 홈플러스 남현점과 합정점 등을 포함해 인구 30만 미만 도시 중 대형마트 3사가 이미 투자해 출점을 준비하는 곳은 20여 곳이다. 이 점포 개설을 예정대로 진행하면 전국 대부분의 상권에 대형마트가 들어서게 돼 대형 유통업체들이 주장하는 것보다 자율 출점 제한의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틀 휴무일을 평일로 정한 것은 휴일 휴무를 줄곧 주장했던 중소상인들이 양보한 결과다.

대형마트의 평일 휴무는 현재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로 의무화하고 있는 공휴일 휴업보다는 피해가 덜하다. 한 달에 이틀간 휴일 영업을 쉴 경우 전체 매출의 10% 정도가 감소한다면 평일 휴업 시에는 감소폭이 5% 안팎으로 줄어든다는 게 유통업계 설명이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대형마트와 중소상인 간 상권 갈등은 유통산업 발전을 위한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실질적인 상생이 이뤄지도록 앞으로 (서로 힘을 합쳐)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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