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핵실험이 '남남 갈등' 을 부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서울 종로4가 종묘공원에서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와 관련, 전쟁도발 규탄대회를 갖고 있다. /류효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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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슈를 꼽으라면 남북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조문정국 이후 대한민국의 민심이 크게 뒤흔들리면서 정치권은 물론 사회 각 분야가 남북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하며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진보진영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재결집할 수 있는 계기가 북핵 이슈에 가려 흐트러질 것을 우려하고 있고 보수진영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계속되는 무력도발 위협을 정국 전환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문정국 이후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ㆍ미국과만 대화하고 남한은 배제한다)' 전술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남남갈등(南南葛藤)'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확대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전인영 서울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는 "사회 각층이 서로 원망과 비판만 하지 말아야 하며 정치권은 초당적으로 단합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대북정책에서 유화책을 쓸 것으로 예상됐던 오바마 미 행정부가 북한 정책과 관련해 냉철하게 나가는 것을 눈여겨보고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반도 긴장 고조되며 남남갈등 지수도 높아져=도무지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북한의 좌충우돌식 도발은 지난 5월 말 노 전 대통령의 장례 기간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북한은 장례 기간이었던 5월2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명의로 조문을 보내왔으나 바로 다음날 핵실험을 감행, 전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슬픔에 빠진 우리 국민에게 한 손으로는 국화꽃을 내밀며 다른 한 손으로는 채찍을 휘두른 것이다. 당시 북한의 핵실험 사실을 속보로 전한 국내 한 통신사의 전화통에는 불이 났다. "정말 북한이 핵실험을 했느냐"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을 보도하며 조문정국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것 아니냐"는 항의전화가 줄을 이었다. 한편으로는 조문을 하고 한편으로는 핵실험을 단행하며 마치 우리 국민의 정서적 분열까지 노리는 듯한 북한의 정교한 전략에 우리 국민은 또 한 차례 상처를 받으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 시장 최악의 위험 요인은 북핵=핵 문제를 비롯한 북한 이슈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투자 메리트를 깎아내릴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인이다. 북핵 위기는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미국 대북특사가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UEP) 가동 가능성을 시사하며 터진 2차 북핵사태 이후 한국 시장에서 최악의 위험요인으로 해외 투자자들에게 각인돼왔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우리 경제토대가 단단해지면서 지정학적 우려 요인의 무게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때와 올 5월25일 2차 핵실험이 진행됐을 당시 한국 증시는 잠시 출렁이기는 했지만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며 제자리를 유지해 우리 증시 저력이 만만치 않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북한 이슈는 언제라도 새로운 돌발 변수가 터질 수 있어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이미 시장에 한번씩 선보인 악재지만 북한은 언제라도 새로운 위기 상황을 조장할 수 있다. 북한으로서는 새 위기 요인을 만들어내며 한반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야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경제적 보상이나 북한 체제 안정을 이룰 수 있다는 뜻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반도 긴장지수 늦추지 않는 북한=국제사회가 2차 핵실험 이후 강경한 대북 제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북한은 5월27일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성명을 통해 "강력한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전시를 방불케 하는 도발 위협을 서슴지 않았다. 서해에서의 군사적 충돌뿐 아니라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남측의 분열과 위기를 조장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위기지수를 높여 우리 기업인들의 자진 철수를 유도, 마치 남북경색의 근본 원인이 남측 정부에 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 개성공단을 남남 갈등의 노림수로 활용하겠다는 수순이다. 홍익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사는 "남남갈등 유발 차원에서 정부에 임금인상안 등을 통보한 뒤 기업들이 정부를 향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김정일의 후계자로 떠오르고 있는 김정운의 업적 쌓기를 위해 6월 패키지 공세를 벌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6ㆍ10 민주화 운동 22주년(10일)' '6ㆍ15 남북 공동선언 9주년(15일)' '한미 정상회담(16일)' 등을 전후로 한반도 긴장 고조와 남남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잇따른 도발을 벌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6월 중에 추가도발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며 "남측에 6ㆍ15선언의 성실한 이행을 선택하든지 아니면 개성공단 특혜 폐기를 통한 남북관계 악화를 선택하든지 결정하라는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