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박세리의 부진, 소렌스탐의 역전패 등으로 숱한 이변을 낳았던 에비앙 마스터스가 경기 시작 전부터 삐걱거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78명의 출전자 중 무려 20명이 런던 히드로 공항을 통해 프랑스로 가면서 옷 가방이나 클럽 등을 분실해 빈 손으로 대회장에 도착했던 것.
경기 시작 전까지 클럽이 도착하지 않아 빌려서 대회를 치르다가 부상을 당한 선수까지 생겼다. 가방을 분실한 선수는 한국 선수인 크리스티나 김(김초롱)과 지난해 우승자인 줄리 잉스터, 캐리 웹, 제니퍼 로살레스, 지난해 US오픈 우승자인 힐러리 런키 등.
김초롱은 대회 전 주 토요일 도착해 2라운드 시작 전인 금요일 오전에야 가방을 받았다. 체격이 당당한 탓에 옷을 빌려 입지도 못한 채 애면글면했던 김초롱은 2라운드에서 특유의 베레모와 현란한 색상의 의상을 입고 필드에 나서 “이제 너 같다”는 말을 들었다.
런키는 현지에 선수 보조를 위해 나와 있던 미즈노의 배려로 아이언을 얻고 드라이버는 동료인 셰리 스타인 하우어에게 빌리고 여러 선수들에게 옷가지를 하나씩 빌려 대회 1라운드를 치렀다.
로살레스는 빌린 채로 라운드를 하다가 15번홀에서 손목 부상을 입는 바람에 기권했고 웹은 아예 경기 시작 전 대회를 포기했다.
이 같은 수화물 분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잉스터는 가방이 도착하지 않자 크게 놀라지도 않은 채 “곧 오겠지”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잉스터가 에비앙 마스터스에 출전한 지난 4년 동안 가방이 제대로 온 것은 지난해 단 한번뿐이었다. 가방 때문에 속을 썩이지 않았던 덕인지 잉스터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려면 가방이 제대로 와야 한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