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식 대책 발표 보다 정책신뢰 먼저 확보해야 기존 정책 우선순위 정해 일관성 있게 추진을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현재 청와대와 정부부처는 물론 정치권까지 온통 부동산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 성장잠재력 확충, 경기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 시급한 경제 현안은 뒷전이다. 그나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게임'으로 변질되면서 총체적인 그림 없이 너도나도 설익은 정책을 내놓느라 바쁘다. 효과가 의심스럽고 부작용이 큰 거시정책을 중구난방으로 내놓는 바람에 부동산정책의 신뢰만 떨어뜨리는 형국이다. 여야 할 것 없이 '당론 없는 주장'만 난무하고 있는 것도 걱정거리다. ◇정치권ㆍ정부 대책 '갈팡질팡'=현재 정치권은 '네 탓' 타령을 하느라 바쁜 상황이다. 열린우리당은 24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해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데 책임이 크다"고 맹공했다. 부동산 문제를 유력한 대선주자를 공격하는 무기로 쓴 셈이다. 더구나 여야는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종부세 등 민감한 현안을 놓고 내부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날 종합부동산세 감세안, 1가구2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등에 대해 당론조차 정하지 못했다. 열린우리당도 세제 문제 등을 놓고 저마다 한마디하는 바람에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무차별적인 대책을 내놓기는 경제 관련 부처들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은 분양가 인하 압력을 넣기 위해 건설사들에 대해 '조자룡 헌 칼 휘두르듯'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사실상 대출총량규제를 실시하려다 하루 만에 번복하는 해프닝마저 벌였다.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구시대적 카드를 장롱에서 꺼내놓았다. 한은은 정치권 일각으로부터 '콜금리 인상' 압력까지 받고 있다. ◇지준율 인상 효과 거두나=하지만 한은이 서둘러 내놓은 지준율 인상은 부동산시장에 심리적인 압박은 주겠지만 장기 효과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지난 23일 "지분율을 높인 다음에 실제로 대출 규모를 줄일지는 은행들이 판단할 일"이라며 공을 금융기관에 떠넘겼다. 부동산 가격 급등을 구경만 할 수도 없고, 콜금리를 인상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이라는 점을 실토한 셈이다.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축소나 금리인상 등에 대해 아직 유보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금융감독당국과 통화당국의 압박으로 시중은행들이 당장은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거나 금리를 올리는 등의 시늉을 하겠지만 얼마나 오래갈지 의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의 고위관계자는 "한은의 지준율 인상은 일종의 제스처에 불과하다"며 "지준율 인상의 정책수단은 선진국에서 폐기된 지 오래로, 집값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콜금리 조기 인상하나=현재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유일하게 남은 거시정책 수단은 콜금리의 추가 인상뿐이다. 다음달 7일 열리는 12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콜금리 인하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남은 카드는 동결과 인상이다. 이 가운데 아직까지 동결론이 우세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준율 인상으로 콜금리의 조기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준율 인상으로 각 은행들이 필요지급 준비금을 추가로 4조8,000억원 정도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콜 차입에 나설 경우 단기자금시장에서 콜금리가 급등할 수 있다. 따라서 콜금리가 정책 금리인 연 4.50%를 훨씬 웃돌지 않도록 하려면 한은은 적절한 공개시장 조작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금통위가 다음달 콜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공개시장 조작의 부담이 한결 덜어질 수 있다. 더구나 지준율 인상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압력이 커지면 콜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 정책 신뢰부터 찾아야=최근 부동산 가격 급등은 청와대의 정책 실패 탓이 가장 크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참여정부는 세제에만 매달려 공급 문제를 등한시하는 한편 행정도시 건설 등으로 막대한 보상금을 전국에 풀어 집값 급등을 자초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금융기관이나 통화당국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불신이 더 증폭되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 진단은 외면한 채 콜금리 인상 등 거시정책만 동원할 경우 부동산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콜금리 인상은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며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고강도 처방을 내놓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 시기의 정치적 혼란을 고려해 기존 정책이라도 우선순위를 정해 일관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내년에는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적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의 정책을 바꾸면 불건전한 기대심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6/11/24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