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하기 전에 뒷문 입성하자" 기업들, 우회상장 서둘러

금감원, 개선안 마련 전까지 면밀히 심사할 계획
우회상장 추진 업체들도 심사 준비에 진땀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증시 입성 서두르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우회상장의 문턱을 신규상장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자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 뒷문 입성을 노리던 업체들이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감독당국이 규제 강화에 나설 경우 우회상장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7일 금감원과 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우회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업체는 루티즈, SC팅크그린, 아이니츠, 지앤이, 엠씨티티코어 등 5곳이다. 이 중 루티즈는 자본시장연구원이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인 지난 6일 공시를 통해 우회상장 사실을 밝혔고 나머지 4곳도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우회상장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6월 이후에 상장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우회상장 관리제도가 개선된다는 사실이 공개되면서 우회상장을 논의한 상장회사와 비상장업체들이 개선안이 확정되기 전에 서둘러 합병신고서 제출 등 관련 절차를 밟으려는 움직임이 최근 감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도 “우회상장 관리제도 선진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기 전에 현행 제도를 통해 우회상장에 나서려는 업체들의 숫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업체들이 우회상장을 서두르자 금감원은 현행 제도를 최대한 활용해 관련 업체들에 대한 심사를 ‘깐깐하게’ 진행해 부실 상장에 따른 문제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기업공시국의 한 관계자는 “현행 규정상으로는 합병관련 서류를 제출한 업체들에게 지정 감사인에게 다시 감사를 받고 오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며 “다만 외부평가나 업체가 제시한 데이터, 자기자본환원율 등을 꼼꼼히 따져 오류가 발견될 경우 정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금감원은 지난달 6일 우회상장 추진이 확인된 SC팅크그린의 심사과정에서 자기자본환원율 규정을 어긴데다가 일부 제출 서류에서 허위기재ㆍ누락 사안이 발견돼 정정신고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회상장을 추진 중인 업체의 한 관계자도 “금감원에서 최근 우회상장 심사를 깐깐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회상장 서류 준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