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지구를 개발하면 자족기능 보완을 위해 의무적으로 조성하도록 한 도시지원시설용지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용도규제가 까다로워 투자매력까지 떨어져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인데, 경기도내에만 미분양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도시지원시설용지가 165만6,000㎡(49만평)이나 된다. 이는 여의도 면적(89만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로, 사실상 공터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도시지원시설용지에 대한 용도규제를 더 풀어 원래 목적대로 도심 자족기능을 보완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택지개발지구 내에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는 도시지원시설용지는 모두 165만6,000㎡이다. 이는 전체 도시지원시설용지 351만9,000㎡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지원시설용지로 써야 할 토지의 절반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도시지원시설용지가 앞으도 더 공급되면서 미분양이 더 쌓일 것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도 내 공급될 도시지원시설용지는 388만9,000㎡ 로 예상되고 있다. 김포시 소재 한강택지지구 내에 도시지원시설용지는 27만2,000㎡로 현재 1만㎡ 분양되고 26만2,000㎡은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고양시도 마찬가지다. 삼송 택지지구 내 도시지원시설용지 37만3,000㎡ 가운데 19만5,000㎡만 분양되고 17만8,000㎡가 미분양 상태로 남아있다. 남양주시 별내택지지구 내 도시지원시설용지 15만4,000㎡ 가운데 1만9,000㎡만 분양되고 13만5,000㎡가 여전히 미분양상태다. 분양률을 따져봐도 10%가 채 되지 않는 곳도 수두룩하다. 파주시 운정택지지구 내 도시지원시설용지 14만3,000㎡, 양주시 옥정택지지구 내 23만3,000㎡는 전체가 미분양 상태다.
특히 교통여건 등이 불편한 곳은 미분양이 더 쌓이는 등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한 예로 토지공급 가격이 높지만 교통여건 등이 뛰어난 성남 판교택지지구 내 도시지원시설용지(48만1,000㎡) 모두 분양이 완료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화성시 동탄 도시지원시설용지(87만6,000㎡) 역시 분양이 완료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자족기능을 보완하기 위해 도시지원시설용지를 만들었는데,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용도규제가 여전히 높아 미분양률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위치에 따라서도 분양률의 격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도시지원시설용지는 도심내 자족기능을 높이기 위해 첨단 연구개발(R&D)단지를 입주시키는 등의 용도로 제한돼 왔다가 미분양률이 높아지면서 지난 해 초 일부 용도완화 조치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토지이용계획상 공공시설용지에는 도시형공장, 벤처기업 집적시설, 소프트웨어 진흥시설, 호텔, 전시장, 연구소 등이 일부지만 사용이 허용돼 있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도시지원시설용지에 들어 올 수 있는 용도 범위가 여전히 제한적이어서 미분양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애초에 택지내 도시지원시설용지를 주거와 일터를 융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들었다면, 이를 위해 지금보다 과감하게 용도 범위를 넓혀 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시지원시설용지 내 대학이나 물류시설, 지식산업시설, 그린생활시설 등을 추가적으로 허용하는 등의 용도완화가 필요하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용지 공급가격을 인하해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해 신규개발된 택지 내 침체한 주택시장을 활성화하는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대거 몰리고, 양질의 일자리도 조성될 것으로 경기도는 전망하고 있다.
/수원=윤종열 기자 yjyu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