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쌀시장도 국제 경쟁시대 진입

■ 쌀협상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
국내 소비량 7.9%로 사실상 시장개방
정부 전량 국영수입…국산보단 비쌀듯
"향후 10년이 쌀산업 진흥 마지막 기회"




국내 쌀시장도 국제 경쟁시대 진입 ■ 쌀협상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2014년 국내 소비량 7,9% 수입 '시장개방'밥쌀용 시판도 본격화 가격 폭락 우려"앞으로 10년이 쌀산업 진흥 마지막 기회" 이종배 기자 ljb@sed.co.kr 10년간 관세화 유예를 담은 쌀 협상 비준안이 산고 끝에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국내 쌀 산업도 개방이라는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관세화 유예 조건으로 쌀 의무 수입물량 확대와 더불어 일정 부분은 밥쌀용으로 시판하게 돼 사실상 쌀 시장의 문호가 열린 것이나 진배없기 때문이다. 특히 밥쌀용 시판 허용은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미국산 쌀 칼로스와 국내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과 태국의 쌀 등이 한국 소비자들을 찾아가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 한국 쌀이 장기간 누렸던 독점지위가 사라지고 경쟁체제로 진입하게 되는 셈이다. 한편 정부는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 결과와 관세화 유예 등에 따른 영향을 고려, 이익이 된다면 관세화 전환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2004년 쌀 협상시 DDA 협상 결과에 상관없이 유예기간 중 언제든지 관세화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얻어냈다. 쌀 협상 비준안 통과 이후 정부의 방침이 어떻게 변화될지는 미지수. 하지만 쌀 협상안대로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거나 아니면 도중에 관세화로 전환해도 쌀시장 개방폭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밥쌀용, 오는 2014년 12만톤 시장에 쏟아져=쌀 협상안은 2005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의무적으로 일정량의 쌀을 수입하도록 하고 있다. 의무 수입물량을 보면 2005년 22만5,575톤에서 2009년 30만7,000톤, 2014년 40만8,700톤으로 증가한다. 40만톤은 우리나라 쌀 소비량의 7.9%에 해당된다. 문제는 국내 쌀 시장이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너무 많은 가운데 밥쌀용 시판도 본격화된다는 점. 2005년에는 의무수입물량의 10%인 2만2,558톤이 식용으로 판매된다. 2010년에는 9만8,193톤, 2014년에는 12만2,610톤이 밥쌀용으로 시중에 풀려 국내 식탁을 잠식하게 된다. 첫 밥쌀용 시판은 이르면 내년 3월께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가공용 수입 쌀도 적어도 매년 8만톤 가량이 시중에 방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내년 외국쌀 수입급증으로 쌀값 폭락 우려=쌀 협상안 비준이 늦어지면서 올해 쌀 의무수입 물량이 내년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쌀값 폭락도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쌀 협상결과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의무 수입물량은 22만5,000톤이다. 그러나 비준이 늦어지면서 내년에 수입할 수밖에 없어 내년 예정된 수입분 26만6,000톤과 합할 경우 무려 47만톤이 한꺼번에 수입되면서 쌀값 폭락도 우려된다. 이 같은 물량은 관세화 유예 마지막해인 2014년 40만톤보다 훨씬 많은 수량이다. 농림부는 단계적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바람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외국쌀의 가격은 국내 쌀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외국쌀은 현지에서 우리 쌀보다 훨씬 싸지만 정부는 관세(5%)에 수입이익금(mark-up)을 부과, 국내 수준으로 맞춘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외국쌀은 미국 캘리포니아 칼로스 등 현지 브랜드 그대로 시판될 전망이어서 선호도 높은 브랜드의 쌀이거나 품질이 우수할 경우 국내 쌀의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정부가 외국쌀 수출업자들의 판촉활동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을 방침이어서 외국쌀 광고가 TV나 신문을 통해 나올 수도 있다. ◇향후 10년이 쌀산업 진흥 마지막 기회=정부는 비준 통과 이후 2014년까지 관세화 유예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화로 전환되면 2005년 기준으로 380~400%의 고율 관세가 책정된다. 하지만 DDA 농업협상 추이를 보면 75~100%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가지 고려할 것은 관세화가 종료되는 2014년 이후에는 더 이상 관세화 유예를 연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관세화 유예는 이번이 마지막인 셈. 향후 10년간이 우리나라 쌀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마지막 기회다. 윤장배 농림부 통상정책관은 "비준안 처리 이후 우리가 주력해야 할 일은 10년 동안 쌀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잃어버린 10년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5/11/23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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