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그림인생 40년 한눈에 조망

화가헤세/ 헤르만헤세 지음, 이레 펴냄


‘헤르만 헤세, 괴테, 생 텍쥐페리, 갈릴 지브란.’ 주옥 같은 글로 세계인의 감동을 자아낸 이들 작가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그림도 곧잘 그렸다는 것이다. 사실 이들 가운데는 프로 이상의 실력을 갖춘 작가도 있다. 생 텍쥐페리는 ‘어린왕자’에서 상상력이 번뜩이는 보아뱀과 이젠 미키마우스에 버금가는 팬시 상품이 되어 버린 어린왕자의 모습을 직접 그렸다. 갈릴 지브란의 예언자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에서도 저자들의 빼어난 그림 솜씨를 엿볼 수 있다. ‘데미안’, ‘수레바퀴 아래서’ 등의 명작을 남긴 헤르만 헤세는 40대에 접어들어 그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85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기까지 그가 남긴 수채화는 3,000여점에 이른다. 헤세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면 시인으로서 나도 성숙하지 못했을 것이다”고 고백했다. 그에게 그림은 세상을 향한 눈을 넓히고 내면의 성장을 풍요롭게 해 주는 구도의 한 방법이었다. 그의 그림을 보면 간결하면서도 풍요로운 상상력을 일깨우는 필체의 근원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헤세가 은둔의 생활을 하면서 썼던 짤막한 글들을 모았다. 그가 남긴 3,000여점의 작품 중 엄선한 44편의 수채화와 헤세 전문가 폴커 미헬스가 고른 시와 산문들은 헤세의 그림 인생 40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