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효율이 높고 친환경적인 ‘지역난방’(District Heating)은 고유가 시대의 대안 중 하나입니다. 공사가 지역난방 보급에 앞장서 보급률을 현재의 10%에서 30%까지 확대해나가겠습니다.” 30여년의 공직생활 대부분을 항만청 등 해양수산부에서 보낸 김영남(61ㆍ사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취임 3개여월 만에 지역난방의 실무와 이론을 꿰뚫으며 ‘지역난방 전도사’가 돼 있었다. “아파트ㆍ빌딩 등에 개별 열 생산 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대신 대규모 열 생산 시설을 갖춰 놓고 대단위 지역에 일괄적으로 열을 공급하는 지역난방은 에너지 효율이 2배 가량 높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이득이 크고 소비자는 값싼 에너지를 편하고 쾌적하게 쓸 수 있습니다.” 김 사장은 “열원으로 열병합발전소의 폐열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에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 이용하는 지역난방은 기존 아파트와 빌딩의 중앙난방에 비해 약 54%의 에너지가 절감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개별난방에 비해 지역난방은 첨단 오염방지 시설을 적용할 수 있어 대기오염 물질과 온실가스도 각각 30%, 50% 가량 줄일 수 있다” 며 “소비자는 값싼 에너지를 쓰면서 기존 보일러실이 필요 없어져 공간이용 효율도 커진다”고 강조했다. 1석3조의 지역난방 효능(?)을 설명하면서 김 사장은 “소규모 아파트 단지나 기존 주택단지에 배관망을 깔기가 여의치 않아 보급이 쉽지 않은 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그러면서도 “경기도 판교ㆍ파주ㆍ화성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 등을 중심으로 지역난방 보급을 지속적으로 늘려 10년 안에 전체 세대 중 30%가 지역난방을 채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전국 1,299만세대 중 지역난방공사가 81만여세대에 지역난방을 공급해 지역난방 보급가구는 133만7,000세대로 전체 보급률은 10.3% 정도다. 대대적인 사업확장도 구상 중인 김 사장은 열 사용이 많은 초대형 빌딩들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전력사업, 신ㆍ재생에너지 사업, 구역형 집단에너지사업(CES) 등도 새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이미 화성과 파주에 각각 50만kw급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며 판교에도 15만kw급 열병합발전소 설립을 준비 중이다. 김 사장은 “3개 발전소가 본격 가동되는 오는 2008년부터는 전력매출이 열 판매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ㆍ수원ㆍ청주 등에 소규모 열병합발전소를 자체 운영하고 있는 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열 매출 4,336억원, 전력매출 341억 등 총 4,6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김 사장은 또 “지역난방 수요가 많지만 기술력이 낮아 설비 노후화가 심한 동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으로서 설립목적을 충실히 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꼽은 김 사장은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열 요금 기본료를 30% 감면하고 1만8,600여세대의 기초생활수급세대에 열 요금 지원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향후 “열 요금 누진제를 도입해 열 사용량이 많은 세대에 요금을 더 많이 부가하고 소비량이 적은 세대는 요금을 내려 서민생활 안정에 더욱 기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공개를 통한 민영화 문제와 관련, 김 사장은 “사내에서보다 소비자들인 국민이 열 요금 인상을 우려해 (민영화를)반대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민영화를 전제로 한 상장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그는 “투자재원을 차입에만 의존할 수는 없어 기업공개를 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공계로 기술고시 출신인 김 사장은 “직원의 80% 이상이 기술직이지만 주요보직은 대부분 사무직이 맡고 있다” 며 “공정한 평가를 통해 기술직이 진출할 수 있는 문호를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신입사원 채용 등에서 행정편의를 위해 기계적으로 토익성적을 1차 평가지표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토익을 대체할 다른 평가방식을 광고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찾아 볼 예정”이라는 이색 계획도 내놓았다. [경영철학과 스타일]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시 30년 이상의 공직생활을 거친 김영남 사장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한다. 공기업도 하나의 기업으로 사업확대 등을 위해 이윤 확보가 일차적으로 담보돼야 한다고 확신하면서도 사회적 책임, 특히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등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김 사장은 "공기업이 사기업과 다른 점은 명확하다" 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은 여력이 닿는 한 최대한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난방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는 김 사장의 의지도 국가적으로 에너지 절약과 대기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한편 고객에게 더 싼값에 에너지를 공급해 궁극적으로 국민생활의 질을 한단계 높이겠다는 것과 맞닿아 있다. 김 사장은 하지만 경직된 공기업 문화는 단호히 거부한다. 그는 임직원간 격의 없는 내부 분위기 조성을 위해 취임 후 3개월 만에 '직원과의 대화'를 두 차례 가졌다. 회사 현안에 대해 직원들의 자발적인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사내 인터넷 생방송 시스템을 구축, 각종 회의 등을 전직원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의사결정 과정을 공유해 투명한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한 김 사장의 고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사장은 "지역난방공사 역시 상명하복이란 공기업의 전형적인 관행에 젖어 있었다"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재직 중 대화와 토론문화가 사내에 뿌리내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력 ▦44년 10월 서울생 ▦70년 서울대 토목과 졸업 ▦70년 제5회 기술고시 합격 ▦94년 인천항 건설사무소장 ▦2000년 부산항 건설사무소장 ▦2001년 해양수산부 항만국장 ▦2003년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이사장 ▦2003년 9월 해양수산부 차관 ▦2005년 8월 지역난방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