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왜 안잡히나

고급아파트 공급부족이 최대 원인
양도세 중과유예·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도 한몫
일부선 "세금폭탄 시작되는 내년부터 하락" 전망도



강남 집값 왜 안잡히나 고급아파트 공급부족이 최대 원인양도세 중과유예·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도 한몫일부선 "세금폭탄 시작되는 내년부터 하락" 전망도 이연선 기자 bluedash@sed.co.kr 관련기사 • '헛물'켜는 공급확대책 • 강남 집값 오르는 건 양도세 탓? 서울 강남 집값은 왜 떨어지지 않을까. 당초 예상대로라면 6월1일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을 한 달여 앞두고 세금회피성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가격하락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야 한다. 하지만 세금 부담을 앞두고도 강남 아파트 매물은 여전히 품귀현상을 빚고 있으며, 가격도 상승 폭만 다소 줄었을 뿐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1차 목표물로 겨냥하고 있는 강남 재건축 시세를 들여다보면 8ㆍ31대책 발표 이후 강남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의 재건축아파트는 8ㆍ31대책이 나온 직후 -1.49%(닥터아파트 기준)까지 떨어지면서 연중 최대 낙폭을 보였다.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책에 대해 시장이 즉각 움츠러든 것이다. 10월 중순부터 12월초까지 빠진 가격을 회복한 재건축은 12월말 세금을 피한 매물이 일부 몰리면서 다시 소폭(-0.12%) 떨어졌지만 1월부터 곧바로 강세로 돌아섰다.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는 3ㆍ30대책으로 인해 다소 상승 폭(0.28%)이 줄었으나 여전히 떨어지진 않고 있다. 오히려 용수철처럼 상승세(0.95%)가 점점 커져 규제에 대해 내성이 생긴 모습을 보여준다. 강남 아파트값의 이 같은 ‘버티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집값 하락요인이 분명하지만, 규제로 인해 고급주택 공급이 위축된 상황에서 우수한 학군과 편의시설을 갖춘 강남이 호재가 등장할 때마다 오를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현재 정부는 ‘아직 세금폭탄은 시작도 안 됐다’며 강남 부동산가격의 거품이 꺼질 것을 장담하고 있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종부세의 경우 2009년, 2010년이 돼야 제대로 된 고지서를 받는데 ‘약발이 다 됐다’는 주장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규제가 약하다면 제3, 제4의 8ㆍ31대책도 내놓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 해놓은 상태다. 하지만 가격이 떨어지려면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가장 먼저 매물이 쌓여야 하나 실제 시장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여전히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덕 건설산업연구소장은 “부동산 세금은 가격 하락기에는 하락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상승기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문제는 하락기간이 짧고 상승기간이 길다 보니 시장이 아직도 가격 상승기가 끝나지 않았다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금이 1,000만원 나오더라도 그 사이 아파트값이 세금보다 더 오르면 남는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적으로 수급 불균형을 보이는 강남은 더더욱 그럴 소지가 높다. 이렇게 되자 전문가들도 매물이 나오는 시점을 가을께로 늦추고 잡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와 같이 대출규제로 매수심리가 약하고, 매도자들이 매도시점을 저울질 하는 상태가 하반기까지는 이어지다가 내년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50% 중과 시점 직전에 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함영진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8월에 판교 중대형 평형이 공급되면 강남 일대 아파트값이 다시 한번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가격이 한차례 상승랠리를 지나고, 연말을 앞둔 가을이 되면 매물로 내놓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수는 여전히 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것은 넘쳐 나는 유동성이다. 최근 금리인상, 해외투자, 경상수지적자 등으로 시중의 자금이 줄었다고는 하나 규제를 피한 이른바 풍선효과는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수시로 뒤집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권 말기에 나타날 수 있는 정책지연이나 혼선, 레임덕 또한 고려해야 한다.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 연장이나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는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6/05/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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