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에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놓고 논쟁이 증폭되고 있다. 아직은 미국의 저인플레이션, 해외 경기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비둘기파 목소리가 크지만 금리 인상 논의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시장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상 속도와 관련해 논쟁을 벌였다. 회의록에 따르면 많은 위원들은 "해외 경제나 금융여건이 악화되면 미국의 중기 성장률도 현재 기대보다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존 경기침체, 신흥국 경기둔화가 미국 경제에도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상당수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한동안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연준 위원들은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 우려도 간혹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연준이 에볼라를 경제 리스크 요인으로 꼽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대다수 위원들이 금융시장 불안, 해외 경제여건 악화, 저물가 위험 증가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연준이 서둘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반면 일부 위원들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논의할 때라는 주장을 내놓으며 연준 내부의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은 '양적완화 종료 뒤에도 상당 기간 제로금리 유지'라는 포워드가이던스(선제 안내)에서 '상당 기간'을 빼자고 주장했다. 이 문구 때문에 앞으로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여도 금리 인상 시점이 논의되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시장에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위원은 연준이 급격한 통화정책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주려면 '상당 기간'이라는 표현이 필요하다고 반박했고 지난달 성명서에서도 이를 유지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비둘기적 기조가 매파를 압도하고 있지만 금리 인상 시기가 논의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뉴욕 금융시장에서 증시는 소폭 하락한 반면 국채금리는 상승했다. 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 인덱스도 전날보다 0.05% 상승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FOMC 의사록은 지난달 나온 성명서보다 해외 경제둔화 등에 대한 위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면서도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에 도달할수록 연준 위원들 간 논쟁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