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형님~ 일상에 지친 그들 소녀·소년 감성 되찾다

■ 조용필·이문세 콘서트로 뜨거웠던 주말 잠실벌
5만명 애국가 합창으로 시작… 뮤지컬 같은 무대에 관객 열광
박찬호 등 '문세 사랑 합창단'도
가왕의 카랑카랑한 음색 맞춰 10대~70대 흥겨운 한마당
"제대로 에너지 얻고 가요"

조용필

이문세

서울 잠실벌의 주말은 뜨거웠다. 가왕 조용필(63)은 5월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조용필 전국투어 콘서트 헬로(Hello)'의 첫 시작을 알렸다. 이문세(54)는 1일 저녁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대.한.민.국 이문세'라는 이름으로 데뷔 30주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연을 펼쳤다. 영원한 오빠, 두 레전드(legend·전설적 인물)의 무대는 지친 일상에 에너지를 불어 넣은 진정한 '힐링(healing) 콘서트'였다.

◇ 소년·소녀 감성 회귀

현란한 조명을 뒤로 하고 가왕이 등장했다. 조용필은 밴드 '위대한탄생'의 연주에 맞춰 19집 타이틀곡 '헬로'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토해내기 시작했다. 조용필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고음은 흔들림이 없었고, 목소리는 쩌렁쩌렁했다. 공연은 19집 신곡 8곡과 기존 히트곡을 고루 섞어 록, 발라드, 트로트 풍의 곡까지 다양한 색깔의 음악으로 꾸몄다. '단발머리' '못찾겠다 꾀꼬리' '돌아와요 부산항에' '모나리자'등 귀에 익숙한 명곡들이 쏟아지자 중년의 관객들은 객석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오빠, 형님을 외치며 소년·소녀 감성으로 회귀한 이들의 얼굴에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미소가 만연했다. 팬들의 연령대는 10대부터 70대까지 폭넓었고 부부, 모녀, 연인, 친구 등 다양했다. 10대 학생들은 '바운스'를 따라 부르며 "조용필'형님'사랑해요"라고 외쳤다.

공연 내내 뜨거웠던 무대는 타이틀곡 '헬로'를 다시 거친 뒤 앙코르 무대 '여행을 떠나요'로 마무리됐다. 공연 관람을 위해 싱가포르에서 한달음에 왔다는 유현숙(58)씨는"60대에도 뜨거운 열정을 뿜는 조용필 오빠가 대단하다. 외려 지친 일상을 벗어 던지고 제대로 에너지를 얻고 간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짙은 여운을 남긴 조용필의 전국투어는 대전, 의정부, 진주, 대구 등지로 이어진다.

◇ 5만 관객, 합(合)을 이루다

"이 기분, 아세요? 5만 개의 하트가 제 가슴을 '뻥' 뚫어놨습니다. 지금 꿈을 꾸는 것 같아요." 어슴푸레 어둠이 내려앉은 초여름 밤, 검은색 수트 차림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수 이문세였다.

공연 제목에 걸맞게 '애국가'로 무대를 열어 젖혔다. 그는 5만 명의 합창단을 지휘하듯 관객의 애국가 열창을 유도했다. 공연은 '붉은 노을', '파랑새'등 히트곡 메들리로 이어졌다.'난 아직 모르잖아요', '빗속에서', '가을이 오면' 등 귀에 익은 노래들이 연이어 흘러나오자 관객은 한 마음이 돼 노래를 흥얼거렸고 쪽빛 야광봉을 쉼 없이 흔들었다.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무대,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 빼어난 영상들은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했다. 참여한 후배들도 무대의 열기를 끌어 올렸다. 성시경은 피아노 반주를 맡아 '소녀'를 함께 열창했고, 윤도현과 김범수는 '그녀의 웃음 소리 뿐' 무대에 올라 박수갈채를 받았다. 가수 김태우·로이킴, 전 야구 선수 박찬호, 영화배우 안성기, 영화감독 류승완 등 30여명은 '이문세를 사랑하는 대한민국 합창단'이란 이름으로 노래를 부르며 하나된 무대를 선사했다. "무명 가수·무명 작곡가로 만나 함께 걸었다"며 작곡가 고 이영훈(1960∼2008)을 추억하는 무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마치 이영훈이 옆에서 연주하는 듯, 저절로 건반을 쳐 내려가는 피아노를 곁에 두고'사랑이 지나가면'을 부르며 고인을 추억했다. 이날 공연은 이문세의 데뷔 30주년에 맞춰 '추억'과 '공감'의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이문세는 이날 공연으로 단일 공연으로선 올해 최다 유료 관객수를 기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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