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 부담에 예비군 훈련태도 바뀌었다

09/15(화) 07:11 IMF 사태이후 예비군들의 훈련받는 모습이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동원예비군 훈련이 실시됐던 경기도 고양시 노고산 00사단 예비군 훈련장은 마치 신병훈련소를 연상케할 정도로 규율이 엄격하게 유지됐다. 대열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낮잠을 즐기고 심지어는 음주까지 서슴지않던 예비군들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고 대신 훈련소측의 통제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제멋대로이던 복장도 현역 군인과 별로 다를게 없을 정도로 단정했다. 예비군들의 훈련태도가 달라진 것은 훈련도중 조교통제에 불응하거나 태도 불량으로 찍혀 강제퇴소당할 경우 곧바로 회사에 통보되고 인사고과에 반영돼 정리해고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때문에 요즘 훈련장에서는 예비군들을 두고 `노땅 신병'이라는 말이 나돌고있을 정도. "차려, 열중쉬어, 좌우로 나란히" 빨간 모자를 쓴 조교의 자못 살벌한 구령소리에 맞춰 예비군들은 신속히 움직였으며 간혹 "선배님,그렇게 하면 강제퇴소 당합니다"는 조교의 말이 떨어지자 모두들 혹시 자기가 아닌가 두리번 거리며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섭씨 30도가 넘는 무더위속에서 산악포복,철조망 통과 등 현역군인들도 하기 힘든 고난도의 각개전투훈련이 사흘 내내 계속됐지만 불평을 하는 예비군을 찾기 힘들었고 다른 사람때문에 자기가 피해를 입을까봐 예비군들이 직접 게으름을 피우는 동료들을 채근하기도 했다. 심지어 아무때나 피워대던 담배도 조교의 통제에 따라 휴식시간외에는 전혀 입에 대지 않았고 남은 꽁초는 군복 주머니에 집어넣는 모습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조교 金모 상병(21)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철조망통과시 옆길로 돌아가거나 갑자기 산속으로 사라지는 예비군들이 많아 애를 먹었지만 올해는 한명도 빠짐없이 포복으로 철조망을 통과해 오히려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부대 대대장 朴壽明중령은 "오히려 현역을 능가하는 훈련태도를 보여 놀랍기까지 했다"면서도 "정리해고로 인해 어깨가 처진 예비역들을 보기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예비군 3년차인 趙모씨(28.회사원.서울 은평구 갈현동)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놀다간다는 기분으로 훈련소에 들어왔지만 올해는 잡음없이 훈련을 마쳐야한다는 부담감이 앞섰다"면서 "예비군 훈련와서 옛추억을 더듬으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도 이제는 IMF한파로 인해 사라졌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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