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알리바바를 찾는 글로벌 벤처 투자자금이 인도로 몰려들고 있다. 아직 불모지나 다름 없지만 중국과 맞먹는 12억 인구를 가진 인도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베팅하는 것이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도 데이터서비스 업체인 벤처인텔리전스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인도 벤처기업 투자자금이 지난 2013년 대비 두 배나 껑충 뛴 40억달러(약 4조4,400억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4배나 늘어난 규모로 지난해 총 투자건수는 약 300건에 달했다.
지난주에는 러시아 투자회사 DST글로벌과 미국 헤지펀드 팔콘캐피털에지, 실리콘밸리의 엑셀파트너스 등이 인도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에 3억500만달러의 투자 의사를 밝혔다. 중국 알리바바도 인도 전자상거래 업체 스냅딜에 10억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냅딜은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8억달러의 투자를 받은 회사다.
투자자들은 인도 인구가 중국과 맞먹는 12억명에 달해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큰 시장 규모에 비해 온라인 전자상거래 부문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잠재력 때문에 알리바바 같은 거물급 스타트업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실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은 현재 중국의 10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2013년 전체 소비에서 온라인상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중국과 브라질은 45%에 달했지만 인도는 17%에 그쳤다. 거래규모도 중국은 3,140억달러였지만 인도는 30억달러에 불과했다.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현지 스타트업의 몸값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투자사 타이거글로벌매니지먼트와 싱가포르국부펀드(GIC)로부터 7억달러의 투자를 받은 전자상거래 업체 플립카트의 기업가치는 현재 110억달러에 이르며 스냅딜의 기업가치도 20억달러로 평가됐다. '인도의 우버'인 택시예약 서비스 업체 오라의 가치도 10억달러로 추산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투자 열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도 스타트업들이 아직 수익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데다 부족한 통신 인프라와 현금거래 관행 등이 전자상거래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라훌 바신 베어링사모펀드 매니저는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위험은 지속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갑자기 돈줄이 말라버리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