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정권 2막을 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개각과 함께 아베노믹스의 심판대에 올랐다. 2012년 12월 출범한 1차 내각이 아베노믹스에 대한 막연한 기대 속에서 인기의 '거품'을 누렸다면 2차 내각은 아베노믹스 성패의 갈림길에서 지지율 하락의 큰 부담을 안고 국정운영에 돌입한다.
3일(현지시간) 경제전문 매체 CNBC는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인용해 일본 경제를 회생시키겠다는 아베 총리의 야심찬 계획이 마침내 '심판의 시간'을 맞았다고 전했다. 정권 출범 후 첫 개각과 2%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목표 달성을 위한 일본은행(BOJ)의 양적완화를 포함한 추가 금융완화 여부 결정, 오는 12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추가 인상 여부 결정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아베노믹스의 성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개각에도 불구하고 내각의 지지율이 부진하거나 임금·수출 등 지표가 회복되지 못할 경우, 그로 인해 소비세율을 당초 예정대로 8%에서 10%로 인상하지 못하게 될 경우 아베노믹스는 실패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골드만삭스는 지적했다.
바바 나오히코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아베노믹스에 심판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특히 내년에 소비세율을 추가로 인상할지 여부가 가장 결정적인 심판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베 정부가 소비세율 추가 인상을 유보할 경우 이는 아베노믹스의 실패이자 재정건전화 포기로 받아들여져 외국인 투자가들에 가장 큰 '꼬리위험(tail risk·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일어나면 엄청난 피해를 초래하는 위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세율 추가 인상의 결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근로자 임금 상승과 수출 확대, 내각 지지율 상승이 전제돼야 한다. 3일 단행한 개각 역시 내각의 국정수행 능력과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4월의 소비세 증세가 경기에 예상보다 심각한 타격을 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개각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경기가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다면 일본은행에 대한 금융완화 압력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7월 일본의 CPI 상승률은 3.3%까지 치솟았지만 4월 증세효과를 배제하면 물가 수준은 여전히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친다. 롬바르드스트리트리서치의 찰스 두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통화가치가 대폭 절하되지 않고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일본은행은 사실상 영구적 양적완화와 금융위기의 위험을 안고 통화가치를 대폭 절하하거나 아베노믹스를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의 '심판'을 앞두고 아베노믹스의 패색이 짙어지는 가운데 일본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연내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4일 보도했다. 당 요직인사의 초점이 '안정'에 맞춰진 만큼 중의원 해산은 내년 자민당 총재선거 이후로 미뤄졌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12월 소비세 증세 결정이라는 부담스러운 정치일정을 앞두고 개각에 따른 지지율 상승 효과를 조금이라도 누릴 수 있을 때 아베 총리가 총선을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앞서 일본 비즈니스정보 사이트인 닛케이BP넷도 "아베 정권이 경기후퇴가 뚜렷해져 옴짝달싹 못하게 되기 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태세를 정비할 가능성이 있다"며 개각 효과로 주가가 1만6,000을 돌파하고 일본인 납치 문제에 관한 대북 협상에서 성과가 도출되면 아베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해 의석 수를 늘리려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