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2차 핵실험 보류” 발언을 확인하면서 ‘탕 특사 방북 성과’를 둘러싼 진실게임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아직은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북핵 위기가 해소될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세다.
이 발언을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중국은 ‘2차 핵실험 유보’에 초점을 맞춘 반면 미국은 ‘추가압력을 가할 땐 진일보한 행동을 하겠다’는 단서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긍정적 소식 나왔다’=중국 측은 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2차 핵실험을 유보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를 보여주듯 류젠차오 외교부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2차 핵실험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영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 번이나 확인해줬다. 북한의 6자회담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북한 측도 다른 채널을 통해 6자회담에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해 북한의 ‘대화 복귀의지’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북핵 대응방안도 ‘제재’보다는 ‘대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류 대변인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국가가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상황 악화를 피하고 6자회담이 조기에 재개하도록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한편 류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사과했다는 보도와 관련, “그 보도는 부정확한 것”이라며 “나는 김정일(위원장)이 사과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이전과 다를 바 없다” 평가절하=하지만 미국의 해석은 정반대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이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미 백악관의 빅터 차 아시아 담당 보좌관은 23일(현지시간) 전략국제문제연구소와 일본 아시히 신문 공동 주최로 열린 미일 관계 세미나에 참석한 후 탕 특사가 전한 김 위원장의 말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계속하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추가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reassurance)’이 없었다는 것이다. 빅터 차 보좌관은 지난 20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탕 특사와 만났을 때 배석했었다.
라이스 장관도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 직후 “특별히 놀랄 만한 것이 없는 제의” 또는 “(추가 핵실험 중단이라는) 그런 언급은 없었다”고 말한 것도 바로 미국의 이러한 해석법에 근거한 것이다. 이와 관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양자회담은 지난 94년에 이미 실패한 것”이라며 북한 요구에 대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ㆍ중, ‘북 6자회담 조기 복귀 어려울 것’ 의견일치=김정일 발언의 해석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조기에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일치를 보고 있다. 북한이 전제조건을 내걸고 있지만 미국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아이사와 이치로 전 일본 부외상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6자회담의 조기 개최를 낙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중순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6자회담 대신 북한을 제외한 5자 수석대표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