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와 추가약속 사항/경제 각분야에 일파만파24일 밤 정부가 IMF와 G7국가들로부터 1백억달러의 급전을 들여오면서 추가 약속한 사항들은 우리 경제의 각 분야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당장 은행·종금등 부실금융기관에 대해선 파산처리라는 극약처방을 수용한 거나 다름없다. 또 정리해고와 그에 따른 실업사태, 수입선다변화제도의 해제와 무역보조금 폐지등은 우리 경제에 남은 유일한 타개책인 수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소지가 큰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채권·주식시장의 전면개방을 통해 당장 시급한 외화 유입을 기대하나 그만큼 국제 핫머니가 준동할 여지가 커지는 위험이 따른다.
결국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정신없이 급전을 끌어쓰는 처지가 되면서 자칫 경제의 활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요구조건조차 감수한 셈이다.
정부가 추가약속한 사항들이 몰고 올 파장을 분야별로 점검한다.
◎은행·종금 구조조정 일정/부실금융기관 파산처리 불사/내년 3월중 폐쇄종금사 결정
정부가 IMF에 제출한 추가 합의내용은 한마디로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파산처리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충실한 자구노력을 담보하지 않는 부실금융기관은 이제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는 최후의 경고인 셈이다.
은행의 자기자본비율 확충 일정을 당초 계획인 내년 6월말에서 1개월반이나 앞당겼고 3월말까지 파산법을 전격 개정키로 합의했다. 부실은행의 파산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은행들은 특히 내년 3월까지 대손충당금과 유가증권평가손을 전액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마감시한인 내년 5월15일까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기관 부실경영에 대한 문책 강도도 강화됐다. 부실규모가 큰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에 대한 주무부처의 감독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주요임원들은 경영부실의 책임을 물어 강제해임될 처지에 놓였다.
주주도 책임 범주에 포함시켰다. 내년 2월부터 감독당국이 부실금융기관의 감자를 명령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주주들도 금전적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경영이 부실한 금융기관을 즉각 폐쇄시키는 동시에 대주주와 소액주주에게 그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다.
부실종금사에 대한 구조조정 일정도 확정했다. 내년 1월22일까지 구체적인 종금사 폐쇄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고 보름후인 2월7일 30개 종금사의 경영정상화계획을 일괄 제출받아 적정성 검토작업에 나선다.
한달간의 검토과정을 거쳐 3월7일까지 정상화계획 평가작업을 모두 마무리짓고 곧바로 폐쇄되는 종금사 명단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업무정지 명령을 받은 종금사 대부분이 폐쇄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이며 현재 정상영업중인 16개사 가운데서도 자구노력이 미흡한 일부 종금사가 추가로 폐쇄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이종석 기자>
◎노동정책 변화/정리해고 도입… 실업대란 예고/“감봉·감원” 노·사 갈등 불가피
국제통화기금(IMF)과 미국정부가 금융지원의 추가조건으로 내세운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핵심사안 중 하나가 바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요구다. 다시말해 정리해고제의 조기 시행과 근로자파견제의 도입을 통해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과잉인력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정부도 IMF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 구조조정을 둘러싼 대량실업과 고용불안 문제가 노동시장을 크게 뒤흔들 전망이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당선자가 노동계를 어떻게 설득해 나갈지 관심거리다.
우선 관심의 대상은 내년 1월에 발표될 경제주체간 고통분담을 위한 공동선언에 「노사정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 문제다. 이달초부터 물밑작업을 계속해 오고있으나 노동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 아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문제가 해결이 나지 않을 경우 내년도 노사문제는 상당한 진통이 우려된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단체교섭과정에서 「임금동결 ·삭감」이냐 「감원」이냐를 놓고 노사갈등이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중소기업의 도산과 해외탈출, 자동화추세, 기업의 노동절약형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자 1백만명 이상」의 고실업시대 진입이 불가피하다. 굳이 정리해고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이미 실업대란이 예고된 상태다. 그런데다 상용비중이 높은 제조업 취업자는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고 기업의 외주확대, 임시직·시간제 고용 등이 확산, 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이 더욱 불안해 질 전망이다.
김당선자는 재임기간 중 1백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자를 구제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실업 등 고용문제는 단기간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우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발굴이 첫째 해결책이고 다음이 벤처기업 등 창업지원을 통한 고용창출, 근로자들의 평생직업능력개발 지원과 고용안정망 확충이 병행돼야 한다.<최영규 기자>
◎회사정리법 어떻게 바뀌나/화의·법정관리·파산 등 여부/채권자·제3공공기관서 결정
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 1백억달러지원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파산·화의·회사정리법이 늦어도 내년 6월까지 개정되게 됐다.
정부는 애초 이들 기업정리관련법 개정을 98년 연말까지 개정하기로 했으나 IMF측과의 합의로 이를 앞당겨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구조조정으로 기업도산이 갈수록 증가할 것에 대비, 효율적인 회사정리를 돕는 쪽으로 화의법·파산법·회사정리법(법정관리)을 개정하게 된다.
정부는 기업이 도산위기에 처했을 때 기업주가 임의로 법원에 화의나 법정관리 등을 신청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채권자와 제3의 공공기관 결정에 따라 회사정리가 이루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즉, 기업의 갱생여부에 대한 판단을 투명성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갱생이 희박한 기업에 대해서는 화의나 법정관리보다 바로 파산절차를 밟게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다수 기업주들이 도산위기에 처하면 경영권확보차원에서 법원에 화의를 신청해 시간을 벌면서 자금확보를 모색해 왔으나 앞으로는 이같은 관행이 통하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산위기를 맞은 대기업들이 법정관리를 이용, 10여년 이상의 기업갱생을 위한 법정관리를 받아온 관행이 앞으로는 어려워질 전망이다.<윤종렬 기자>
◎무역분야 자유화/수입선다변화 해제일정 앞당겨/무역금융 폐지땐 중기에 타격
수입선다변화제도 조기 해제와 무역보조금 철폐 등 무역자유화 추진 항목은 IMF체제 출범과 동시에 관련업계가 이미 예견해온 사안이다. 그러나 자유화가 막상 현실로 나타날 경우 관련산업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IMF측이 무역금융까지 보조금으로 간주, 폐지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이를 둘러싼 논쟁이 예상된다. 무역금융 폐지는 중소수출업체들에 엄청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수입선 다변화제도 조기폐지= 내년 1월1일을 기해 25개 품목이 해제되고 나면 88개 일본산 품목이 수입금지대상으로 남게 된다. 기업들은 당초 일정이었던 오는 99년말까지 이들 품목이 단계적으로 풀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부가 IMF의 요구를 추가 수용한 내용을 보면 ▲98년6월 40개 ▲98년 12월 32개 ▲99년 6월 16개 품목이 차례로 해제되는 것으로 돼 있다. 결국 정부의 당초 계획(99년말 완전폐지)보다 6개월이상 일정이 앞당겨진 셈이다. 통산부는 국내산업에 즉각 충격을 몰고올 중소형 승용차, 컬러TV 등은 마지막까지 다변화대상에 묶어야 한다는 입장이나 세부협상 과정에서 이를 관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역보조금 폐지= IMF의 무역보조금 폐지요구에 대해 정부도 아직 정확한 의도를 파악치 못하고 있다. IMF는 오는 99년 3월까지 무역보조금을 전부 폐지할 것을 요구했지만 적용대상이 모호하다는 것. 해외시장개척 준비금과 수출손실 준비금의 경우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와의 합의에 따라 오는 98년말까지 모두 없앨 예정이다. 이들 준비금외에 무역금융이 있는데 이는 한국은행이 각 은행에 설정한 총액한도내에서 시중금리를 적용, 외상수출 신용장 할인에 사용되는 자금이다. 특히 무역금융은 특혜이자를 적용치 않기 때문에 보조금이 아니라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그러나 무역금융은 30대재벌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모든 무역업체에 자동지원되기 때문에 관점에 따라 보조금으로 간주할 소지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IMF가 요구하는 폐지대상이 무역금융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역금융이 폐지된다면 중소기업들에 심각한 부담을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한상복 기자>
◎주식·채권 외자유입될까/G7서 심리적 지급보증/환율안정땐 유입 본격화
시장개방 대문을 활짝 연 채권·주식시장에 외국투자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채권시장은 연내에 1백% 개방되고 주식시장은 연내 55%로 개방폭을 확대한뒤 내년중에 투자제한을 완전히 철폐하게 된다.
개방된 시장에 자금이 유입될 것인가의 문제는 환율안정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미 채권시장은 지난 23일 단기채까지 30%씩 개방돼 있고 주식시장도 지난 11일 50%로 확대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 원화표시 채권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선은 냉담하고 주식시장도 SK텔레콤, 포철 등 2개 종목을 제외하고 한도소진 종목이 전무한 실정이다.
채권수익률이 연 30%에 달한다해도 환율이 하루에 10∼20%씩 변동하는 마당에 무슨 메리트가 있겠느냐는게 외국인들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며 급등했던 환율이 국제통화기금(IMF)과 G7의 긴급자금 지원으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G7이 자금을 조기에 지원하겠다고 한 것은 외국인투자가들에게 한국의 부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심리적 지급보증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채권 및 주식에 대한 외국투자가들의 관심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여전히 불안요소를 갖고 있다』며 『환율이 적정수준에서 안정될 때까지 외국인들은 채권 및 주식매입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따라서 초기에는 고위험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일부 정크펀드의 자금유입이 예상되지만 본격적인 자금유입은 한국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는 시점까지 지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최상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