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는 꼬리가 달렸다

SK그룹의 정치자금비리로 정국이 다시 혼미해지고 있다. 현대그룹이 박지원씨와 권노갑씨에게 제공했다는 350억원 규모의 비자금 사건은 아직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이 진행중이다. 집권당 시절 민주당의 정대철 대표가 연루된 굿모닝시티 정치자금비리 사건으로 민주당이 홍역을 치렀던 것도 엊그제의 일이다. SK비자금 사건은 한나라당과 통합신당 청와대가 연루돼 있다. 지난해 대선당시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재정위원장이었던 최돈웅의원이 100억원,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 총무본부장이었던 이상수 의원(현 통합신당 소속)이 20억원, 노대통령의 측근으로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지낸 최도술씨가 10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치권이 총체적으로 뇌물비리에 빠져 있는 셈이다. 연이어 터지고 있는 정치인의 뇌물스캔들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입에선 언제가야 이런 원시적인 비리사건에서 우리사회가 해방될 수 있을지 탄식만 나온다. 정치인들은 돈을 챙기는데 걸신이 들려 있는 듯 하다. 청탁불문에다 다다익선 식이다. 걸릴 때 걸리더라도 일단 먹고 보자는 식이다. 정치인들의 이 같은 무모함은 우선 도덕불감증이 마비상태에 이른 때문이기도 하지만 `돈에 꼬리표가 달렸냐`고 하던 시대의 잘못된 관행 탓이 아닐까 한다. 지금 우리는 정보화ㆍ전산화의 발전과 함께 얼마든지 돈의 꼬리를 잡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인들만이 그처럼 바뀐 시대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그것이 아니라면 똑 같은 형태의 정치인의 뇌물 스캔들이 되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자금 비리사건에서 주는 기업쪽의 문제도 적지 않다. SK그룹의 손길승 회장의 경우 전경련 부회장 시절 입을 열었다하면 “앞으로 기업은 부정한 정치자금요구를 들어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들에 대해 정치자금에 대해 고해성사를 하라고 직언을 하기도 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은 그가 바로 그런 발언을 하면서 뒤로는 정치자금을 전달했다는 사실이다. 기업이 정치인에게 뇌물을 줄 때는 특혜 또는 부실경영 은폐 등의 반대급부에 대한 기대가 있다고 봐야 한다. 기업은 정치권이 달라고 하니까 준다고 하기 전에 부정한 돈을 안주고도 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뇌물 수수는 쌍방의 책임이지만 주는 쪽의 책임이 큰 경우가 더 많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이 사건에 대해 오리발부터 내미는 상투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만큼은 철저한 수사로 정치자금 비리를 근절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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