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의 외화차입금 중 2~3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가 100억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큰 규모는 아니지만 최근 은행권의 신용도 하락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화자금 조달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마음 놓을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19일 지난 1월 말 현재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금 잔액은 단기 147억달러, 장기 531억달러 등 총 678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외국계 은행과 외은지점, 즉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등의 차입금이 제외돼 실제 만기 도래 금액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금 중 2~3월 중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104억달러(단기 77억달러, 장기 27억달러)로 파악됐다. 이는 2월 이후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245억달러(단기 139억달러, 장기 106억달러)의 42%에 달한다. 오는 2ㆍ4분기에는 53억7,000만달러의 만기가 돌아오고 하반기 만기 도래분은 88억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2010년 이후 만기 도래 규모는 433억달러로 추정됐다. 한은은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금 규모는 외환보유액(1월 말 기준 2,017억4,000만달러)과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 등을 감안하면 큰 규모는 아니다”라며 “2~3월 만기 도래분도 상당 부분은 차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실제 상환규모는 이보다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또 외국 은행으로부터의 장단기 차입규모가 확대되고 차입기간도 장기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단기차입 차환율은 지난해 10~12월 중 40%를 밑돌다가 올 1월 86%로 높아졌고 2월 들어 13일까지 104%를 기록하는 등 크게 개선됐다. 1월 중장기차입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장기채권 발행 등으로 40억달러 순차입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국계 은행 등을 고려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가 동유럽처럼 디폴트될 가능성은 없지만 현재 동유럽발 금융위기에 외국계 은행이 문제되듯이 국내에서도 외은 지점의 자금회수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며 “외채 문제를 국내 은행권으로 한정하지 말고 국가 전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