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법제 한우물' 첫 내부 출신 수장 제정부 법제처장

내년 6만개 조례 정비 본격화… '그림자 규제' 없앨 것
"지방자치제도 실시 20년 맞지만 국민 불편 초래·투자 걸림돌 여전
교육·국방·외교안보 등 18개 부처, 고시·훈령 등 행정규칙도 전수 조사"


"오는 2015년은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지 20년을 맞는 해이지만 여전히 국민 생활의 근간이 되는 지자체의 조례들에 불합리한 부분이 많습니다. 지자체의 인력과 전문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법제처가 내년에 전체 조례 6만개의 정비를 본격화해 숨어 있는 규제를 최소화할 것입니다."

법제처 출범 이후 첫 내부 출신 수장인 제정부 법제처장(58·사진)은 신년계획으로 역대 정부 최초로 추진 중인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그림자 규제들에 대한 혁파 의지부터 피력했다. 제 처장은 32년 동안 법제 한 우물만 파온 전문가로 경제·사회는 물론 행정 분야 법제에도 정통하다. 그는 "중앙정부가 법령에 기초해 제시하는 고시나 훈령 등 '행정규칙'이나 지자체의 '조례'야 말로 일선 공무원이 법을 실제 집행할 때 지침서가 된다"면서 "행정규칙 또는 조례가 '그림자 규제'로 국민 불편을 초래하고 투자 및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제 처장은 "지자체 조례에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올해 서울시와 대전시·충남 등 9개 지자체의 조례 2,600건을 조사했다"면서 "법령이 개정된 줄 모르고 버젓이 주민에게 바가지를 씌우거나 아예 무시하고 주민 부담을 더하는 불합리한 조례들이 660건가량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주유소나 주차장의 국가 소유 진·출입로를 점유하게 되면 사용료를 내도록 한 시행령이 바뀌어 점용료를 낮췄는데도 전국 56개 지자체가 이를 모르거나 무시하면서 연간 6억원가량을 더 징수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제 처장은 "법령에 없는 규제를 아예 조례에 추가한 사례도 있었다"며 "문화관광해설사를 양성하면서 법령에도 없는 '실습장'까지 갖추도록 해 이를 빼도록 했다"고 전했다. 문화관광해설사를 양성하는 기관들은 법제처의 조례 정비로 6억원 이상을 절감하게 됐다. 그는 "9개 지자체의 조례를 조사해 문제가 발견되면 같은 사안에 대해 전체 지자체의 조례를 점검했다"면서 "내년에 55개 지자체를 추가로 조사하면 전체 6만건의 지자체 조례 중 문제 있는 것들은 대부분 정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혹시 모르니 2017년까지 243개 지자체의 모든 조례 6만건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 처장은 이와 함께 "올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28개 경제·사회 부처의 행정규칙 7,000여건을 검토해 337건의 문제점을 찾았다"며 "이미 147건을 개선했고 내년까지 나머지도 개선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국방부와 외교부·교육부·감사원·행정자치부 등 외교안보 및 일반행정 18개 부처의 행정규칙 5,100여건을 내년에 전수조사할 것"이라며 "그러면 내년까지 중앙 부처의 그림자 규제들이 모두 드러나게 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