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알스톰·인텔·아우디폭스바겐·노바티스 등 국내에 진출한 주요 외국 기업들이 정부가 도입하기로 한 '사내유보금 과세(기업소득환류세)'에 대해 "국부의 외부유출을 촉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하순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을 밝힌 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필두로 국내 기업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외국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2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내 외투기업 대표 26명을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으로 초청해 연 간담회에서 틸로 헬터 주한유럽상공회의소 회장은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이 같은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헬터 회장은 "기업 유보금에 대해 10%의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기업소득환류세의 취지가 기업의 이익을 투자나 임금인상, 배당으로 유도해 가계소득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과세를 피하기 위해 (외투기업들이) 해외주주들의 배당을 늘려 국부의 외부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듭 "국내에 (외투기업 이익을)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만 외부의 (자본) 유출만을 촉발할 것"이라며 "전면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헬터 회장은 이어 입법 과정에서 "외투기업은 과세 예외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했다. 만트럭버스코리아 사장인 헬터 회장은 이날 행사에 외투기업인들의 대표로 참석해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외국기업들의 공통된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주한유럽상의는 전했다. 간담회에 배석한 주형환 기재부 1차관은 "외투기업은 배당 성향이 높아 과세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국내 기업과 형평성 차원에서 외투기업만 예외를 둘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해 재계는 물론 학계도 투자확대나 임금인상으로 연결되기 어렵고 해외투자가 가속화할 우려를 제기한 데 이어 외투기업마저 국부유출을 경고해 국회의 연말 세법 개정안 심의에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