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단계적으로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로 부상한다.
또 현대카드는 자동차, 롯데카드는 백화점과 관련된 할부판매 기능에 특화된 카드회사로 유도된다.
정부 당국자는 5일 “카드회사는 수신기능을 갖춘 금융회사가 운영해야 된다는 카드정책 방향에 따라 삼성카드 최대주주가 현재 삼성전자에서 수신기능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으로 단계적으로 전환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침은 삼성전자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삼성카드 지분을 계속 보유하지는 않을 것이며 삼성카드가 정상화되면 점진적으로 삼성카드 지분을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은 당초 삼성카드에 1조원을 단독 출자할 계획이었지만 총자산 가운데 3%까지만 계열사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정된 보험업법에 따른 출자한도에 묶여 삼성전자와 5,000억원씩 공동출자하기로 방향을 바꿨다.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의 최대주주였던 삼성전자는 지난 2일 카드와 캐피탈의 합병으로 탄생한 신설 삼성카드의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정부의 의지는 말하자면 이 같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대신 삼성생명이 지분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얘기다. 이 당국자는 “보험업법상 규정된 자회사 출자한도는 전환사채 인수방식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부구도는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회사를 먼저 그룹에서 분할시킨다는 삼성그룹의 계획과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생명이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로 전환될 경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만 도와준다는 지적도 제기될 수 있다. 에버랜드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상무(31.98%)가 최대주주고, 삼성카드와 캐피탈는 각각 14%와 11.06%을 보유한 1ㆍ2대 기관 대주주다. 따라서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최대주주가 될 경우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카드→에버랜드`식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한편 이 당국자는 “수신 기능을 갖고 있는 금융기관의 카드회사 소유원칙에 따라 현대카드는 자동차 판매관련부문, 롯데카드는 백화점 판매관련 부문에 특화시키는 방식으로 대기업계열 카드회사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조의준기자 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