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실] 한ㆍ미 투자협정

스크린 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일 할당제도) 문제로 미국과의 투자협정(BITㆍBilateral Investment Treaty)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문화관광부와 영화인들은 국내영화산업 보호, 나아가 문화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스크린 쿼터 축소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정경제부를 비롯한 경제부처나 재계는 외국인투자 유치, 대외 신뢰도 제고 등의 측면에서 미국과의 투자협정 체결이 필요한 만큼 스크린 쿼터를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현재로서는 스크린 쿼터 축소 문제가 미국과의 투자협정 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스크린쿼터 축소를 전제로 투자협정 협상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최근 2년간 한ㆍ미 양국의 협상과정에서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스크린 쿼터에 대해서는 국내 의견이 통일되지 않아 미국과의 투자협정 협상도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투자협정체결시 외국인투자범위 확대=미국과의 투자협정 체결을 추진하는 것은 일단 외국인투자 확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협정의 기본 내용은 ▲투자범위 확대 ▲외국인투자자의 권리보호강화 등으로 구성된다. 투자협정은 외국인 투자에 대해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방위산업 등 일부 민감한 업종을 제한하고는 외국인투자가 모든 업종으로 확대될 수 있다. 통상 투자대상에서 제외되는 업종은 부속서를 통해 규정된다. 또 외국인투자에 대한 권리보호도 강화된다. 일단 투자자금의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하고 외국인 자산을 국유화할 경우 적절한 보상조치를 취해야 한다. 단 외환위기 등으로 국제수지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 비상상황에서는 송금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산 물품과 서비스 사용 의무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금지된다. ◇스크린쿼터는 외국인투자보호와 상치=스크린쿼터문제가 투자협정체결에 걸림돌로 등장한 것도 외국인 투자보호를 규정한 투자협정 조항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스크린쿼터를 유지할 경우 외국투자자가 갖고 있는 극장에 대해서도 `국내산 서비스 사용의무`를 부과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미국측은 지난 98년 투자협정 협상을 시작하면서 스크린 쿼터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측이 “쿼터 철폐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자 미국은 이를 투자협정의 예외로 인정했다. 대신 미국은 `쿼터일수를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경제부처나 재계가 스크린 쿼터 축소 주장을 제기하는 것은 이제 국내 영화산업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미국과의 투자협정 협상이 시작되자 영화업계는 스크린 쿼터를 축소하려면 국산영화의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산영화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00년에는 35.5%에 그쳤지만 ▲2001년 50.1% ▲2002년 48.3% ▲올 상반기 47.1% 등으로 최근 2~3년간 50%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제부처나 재계는 이처럼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데다 지난해 국산영화 수출액이 1,500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경쟁력이 높아진 만큼 스크린 쿼터 축소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협정시 외국인투자 확대전망=최근 들어 미국과의 투자협정 협상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지난해부터 외국인투자가 크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는 지난 99년에는 155억달러를 웃돌았지만 계속 줄어 올 상반기에는 26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투자협정이 체결되면 일단 투자자 입장에서는 예측치 못한 정책 및 규제 변화에 따른 위험비용이 줄어든다. 따라서 투자수익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미국과 투자협정을 체결할 경우 외국인 투자유치 규모가 2002년에 비해 32억4,000만달러 가량 늘어나고 국내총생산(GDP)도 1.4% 추가 성장할 것으로 추정됐다.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면 경제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투자확대로 고용이 늘어나고 첨단 기술이나 경영기법이 이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 1억달러 늘어나면 국내 신규 고용 효과가 97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경부 등 경제 부처들은 투자협정이 체결되면 대외 신뢰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협정 체결이 곧 우리의 개혁 및 개방정책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심어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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