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는 교육을 받는 당사자인 학생들이 직접 교육정책을 제안하는 발표대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비롯해 교과부 실국장들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장관은 본격적인 대회에 앞서 그동안 교육정책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온 학생들이 정책의 수요자, 평가자, 더 나아가 핵심적인 제안 주체로 자리매김한 것에 대해 격려했다.
학생들의 발표 기량은 기대 이상이었다. 어린 학생들이지만 교과부가 추진 중인 교과교실제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당찬 모습을 보여줬다. 학교폭력강연 같은 것은 '졸린다'고 솔직하게 심정을 밝혔고 언제나 모자란 예산과 한계를 말하는 정책입안자들에게는 학교와 학교가 서로 도울 수 있는 연계 시스템을 만들자는 혜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발표가 절반쯤 지났을 무렵 청중 일부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 이 장관이 다음 스케줄로 자리를 뜨자 교과부 실국장들도 슬그머니 일어선 것이다.
그들이 없어도 행사에 지장은 없었다. 발표자들은 또래 학생들과 지도교사, 그리고 자신들을 평가할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를 계속해나갔다.
이번 대회가 학생들이 발표하면 평가하고 상을 주는 '그냥 행사'가 아니라 장관이 말한 것처럼 학생들이 핵심적인 정책 제안 주체로 자리매김하는 자리라면 그들의 정책 제안을 진정으로 들어야 할 실무 담당자들은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켰어야 했다.
만일 실국장들이 발표를 다 듣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면 애초에 이 자리에는 어떻게 나왔으며 어째서 장관이 자리를 뜬 후에야 돌아간 것일까.
교과부는 보도자료에서 "학생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스티브 잡스나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최종 프레젠터 나승현씨의 프레젠테이션 스킬을 학습하고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 멋진 발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런데 정작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할 사람들은 그 자리에 없다니. 상관한테 눈도장 찍으러 다니는 일은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