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외로운 노처녀의 사랑 굳히기


3년 전, ‘올 바이 마이셀프(All by myself)’를 처절히 노래하며 외로움에 치를 떨던 서른 셋 노처녀 브리짓 존스(르네 젤위거)를 기억하는가. 술과 담배를 친구삼아 집채만한 엉덩이를 자랑했던 브리짓. 겉모습은 그대로지만 예전의 그녀가 아니다. 전편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런던 법조계의 미남 인권변호사 마크 다시(콜린 퍼스)를 남자친구로 맞이한 그녀가 3년만에 속편 ‘브리짓 존스의 일기:열정과 애정’으로 돌아왔다. 이제 그녀의 일기장에 눈물자국 따윈 없다. 그 자리엔 마크와 만난 지 6주만에 71번 가진 황홀한 잠자리 이야기가 채워져 있다. 뚱뚱한 몸매가 창피해 이불로 돌돌 몸을 가린 그녀에게 자상한 남자친구는 “출렁이는 뱃살이 당신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미세스 다시’가 되는 일 뿐인 듯 싶다. 그러나 완벽해 보이는 그들의 애정전선에 슬슬 이상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마크와 유난히 친한 예쁜 인턴사원이 브리짓 눈엔 영 거슬린다. 여기에 전편에서 마크에게 KO패를 당하며 브리짓 곁을 떠난 다니엘(휴 그랜트)이 다시 직장 동료로 복귀해 “당신 없인 살 수 없다”며 브리짓을 유혹하기 시작한다. 기둥 줄거리는 로맨틱 코미디의 단골 소재인 삼각관계이지만 영화는 전편에서처럼 브리짓이 겪은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일렬로 배치시킨다. 스키 왕초보인 그녀가 활강 선수보다도 더 빠르게 슬로프를 내려오는 장면이나 영화 중반부 마크와 다니엘의 한판 승부는 전편의 웃음 강도를 한층 넘어선다. 전편에서 감초 역할을 했던 다른 캐릭터들의 활약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휴 그랜트는 예전의 꺼벙한 매력을 잃어버린 데다 바람둥이 이미지가 마냥 어색하기만 하다. 인생의 동반자였던 브리짓의 친구들 또한 이번엔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한다. 후반부 태국 여행 장면은 유럽이 아시아를 발 밑으로 보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며 유쾌하지만은 않다. 전편을 넘어서는 속편을 기대한다면 실망스럽지만, 부담 없이 웃고 싶다면 그리 나쁘지도 않다.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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