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따라 각국 증시 울고 웃고

월街따라 각국 증시 울고 웃고 對美 의존도 높은 亞지역 더욱 수렁 [2000 격동의 지구촌]금융시장 거세진 美입김 메인스트리트(실물경제)와 월 스트리트(증시)가 2000년 세계 경제를 웃다가 울게 만들었다. 특히 월 스트리트, 이중에서도 나스닥 시장의 침체는 세계 증시의 동반 폭락을 불러오면서 21세기를 잿빛으로 시작하게 만들었다. 맨하탄의 기침이 세계의 독감으로 번지는게 21세기의 현실임을 세계가 실감했다. 2000년은 미국이 정치군사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세계 유일의 수퍼 파워임을 잘 보여준 한 해였다. 사상 유례없는 10년째 장기호황을 바탕으로 세계의 돈을 미국으로 흡수한데 이어 미국 경제가 흔들릴 경우 세계 어느 곳도 호황을 구가할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한 해가 바로 2000년이었다. 유로화 기대 못미쳐 21세기를 맞아 유럽의 11개 국가가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유로화는 그린백(미국 달러화)에 맞설 수 있는 통화로 각광받으면서 탄생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유로화의 가치는 25%가까이 떨어지는 비참한 신세로 전락했다. 1달러당 1.03으로 출발한 유로화는 달러당 0.83까지 주저앉았다. 미국의 실물경제와 증시 호황 때문였다. 유럽경제가 3%전후의 적지않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미국 경제가 2000년 중반까지 5%이상의 고성장세를 지속하는 바람에 유로화의 인기가 시들해져버린 것이다. 그나마 12월 들어 유로화가 5%이상 상승한 것도 유럽 경기가 좋아져서라기보다는 미국 경제가 3%대의 저성장으로 가라앉은 덕분이었다. 월 스트리트의 영향력은 더욱 거셌다. 지난 3월 나스닥지수가 5,000선을 돌파할 때까지 천정을 모르고 치솟으면서 세계 증시가 호황을 구가했다. 전세계 동조현상 뚜렷 하지만 4월이후 나스닥의 침체는 전세계 증시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전세계 증시의 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나스닥의 닷컴이 무너지면서 전세계의 인터넷 주식들이 맥없이 거꾸러져버렸다. 아마존, 야후 등 미국의 대표적 닷컴들의 주가가 최고가의 10~30%수준으로 떨어지자 유럽, 아시아의 상당수 닷컴들은 아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컴퓨터, 반도체, 텔레콤으로 이어진 첨단기술주의 몰락은 세계 증시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3월에 5,132까지 치솟았던 나스닥지수는 11월에 반토막인 2,523까지 추락했다. 이는 곧바로 미국경제 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및 한국, 타이완 증시의 침몰로 이어졌다. 태국의 주가지수가 최고 499에서 249로, 인도네시아가 707에서 399로, 타이완이 1만393에서 4,760으로, 한국이 1,066에서 483으로 떨어졌다. 최근 다소 회복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최고가대비 반토막 근처에서 맴돌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폭락은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 7월 1,362에서 516까지 떨어졌다가 최고가대비 60%정도 하락한 580근처에서 맴돌고 있다. 日·유럽도 하락세로 선진국 증시도 비슷한 형편이었다. 일본의 닛케이지수, 독일의 DAX지수, 프랑스의 CAC지수가 모두 최고가대비 20~30% 하락한 상태고, 그나마 금융의 본산이라고 자부하는 영국 런던 증시가 10%정도 하락한데 만족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미국 경제가 3%대의 성장률로 연착륙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 이 정도다.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치달을 경우 세계 경제가 겪게 될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월 스트리트가 세계 경제를 좌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실감나는 상황이다. 2000년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월 스트리트의 회복을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서서히 저물고 있다. 99년부터 금리인상으로 월 스트리트를 휘청거리게 만들었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번엔 월가의 우호세력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다. 올해는 21세기초엽 세계경제가 그린백과 월 스트리트의 향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한 해였다. 뉴욕=이세정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