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어윈 美 다트머스대 교수 "한국, 성과에 조급할 필요없다"

[서울 G20 정상회의 D-3]
"환율 등 합의 한다고 세계경제 문제 해결 어려워"
회의 훌륭히 개최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공… 美 체질개선 통해 불균형 문제 해결해야
한미FTA 조속처리 못한 건 美 잘못이 커… 오바마, 새의회 구성땐 비준안 제출할 것


"지난 20~3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온 한국에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입니다. 많은 개발도상국들에 훌륭한 모범사례가 될 것입니다." 미국의 경제사학자인 더글러스 어윈(Douglas Irwinㆍ49ㆍ사진) 다트머스대 교수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G20 정상회의를 통해 글로벌 불균형, 환율을 둘러싼 마찰 등 세계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의장국인 한국이 너무 많은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대외무역의 역사에 조예가 깊은 그는 케임브리지대학과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이 공동으로 발간하는 '월드 트레이드 리뷰(World Trade Review)'의 편집을 맡고 있다. 어윈 교수와의 인터뷰는 지난주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 이뤄졌다. 인터뷰 요청을 하자 그는 뉴욕서 자동차로 7시간 거리인 대학교까지 찾아오기에는 너무 멀다며 시카고에서 열리는 한 학술대회를 참석하고 돌아오는 보스턴공항에서 시간을 내겠다고 해 이곳에서 인터뷰가 이뤄졌다. -지난달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인위적인 평가절하를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환율전쟁이 끝났다고 봐야 하나. ▦환율문제를 둘러싼 분쟁은 있었지만 전쟁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환율은 서로 다른 경제사이클을 반영해야 하는데 그동안 각국의 개입으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예컨데 중국은 경제사이클이 굉장히 좋아지고 있는 반면 미국은 내려가고 있다. 중국의 위안화가 절상된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앞으로도 미국 계속해서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환율을 둘러싼 마찰은 계속될 것이다.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글로벌 불균형을 완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G20 정상회의에서 무엇을 논의해야 하는가. ▦유감스럽게도 세계 정상들이 모여서 합의를 한다고 해서 세계경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끌고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불균형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미국은 수십년 동안 과다하게 소비해온 반면 저축은 거의 하지 않았다. 상당 기간 미국 경제의 체질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국ㆍ아시아 등 각국은 국내 시장의 성장을 위해 애써야 한다. 수출만으로 성장하려는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특히 중국은 세계 경제의 강국으로 부상한 만큼 세계 경제에 대한 일정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은 G20 회의 개최를 통해 세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3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해왔다. 한국민들은 충분히 자부심을가질 만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번 회의에서도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너무 많은 성공을 거두려고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회의 자체를 훌륭히 개최하는 것이 아마도 가장 큰 성공일 수 있다.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다시 일어나 지난 1930년대처럼 세계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1930년대 미국은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고 이것이 세계 각국의 연쇄적인 보호무역 조치를 야기시킴으로써 세계경제를 가혹한 침체의 늪으로 빠뜨렸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미국도 보호무역주의의 위험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지난해 중국을 겨냥해 타이어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적 있었는데 실질적인 효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또 다른 1930년대의 시나리오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산업 보호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 5년 내에 수출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것도 말로 그칠 공산이 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의 현안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미 FTA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한 미국의 잘못이 크다고 본다. 새 의회가 구성되면 오바마 대통령이 비준안을 제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FTA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콜롬비아와의 FTA만 하더라도 이미 거의 모든 제품들이 무관세로 들어오고 있는데 FTA 비준을 미루고 있다. 한미 FTA의 재개정 문제 역시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
◇ 약력
▦1962년생
▦뉴햄프셔대 졸업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
▦현 전미경제조사국(NBER) 전임연구위원
▦저서 'GATT의 기원(2008년)' '공격받는 자유무역(2005년)'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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