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조선업계 벌크선시장서 선전

성동·SPP조선등 中강세속 품질력 앞세워 올 18척·11척 수주
STX·한진重등 대형선사도 두각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선박발주 침체 속에서도 벌크선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을 가진 중견 조선업체들은 연이은 수주행진을 벌이고 있다. 올 들어 일반 상선 중 그나마 발주세가 유지되는 선종은 철광석 등 원자재를 나르는 벌크선이 유일하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이어지면서 벌크선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 하지만 벌크선은 유조선 등에 비해 부가가치가 떨어져 최근 몇 년간 국내 업체들보다는 중국 조선업체들이 강세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내 중견 조선업체들은 특정 선종 생산에 집중해 품질력과 생산성을 높이거나 생산비용이 저렴한 해외에 생산기지를 건설해 수주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해양은 올 들어 현재까지 총 18척(옵션 포함) 227만DWT(재화중량톤수)의 벌크선을 수주해 DWT 기준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선박을 수주했다. 성동조선해양은 수주증가에 힘입어 수주잔량도 이달 초 기준 총 95척 1,324만DWT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전세계 수주잔량 순위 7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전세계 수주잔량 순위에서 줄곧 9~10위를 맴돌았지만 올해 한꺼번에 2~3계단을 치고 올라와 글로벌 톱10 안에 이름을 올렸다. 성동조선해양이 극심한 선박발주 침체 속에서도 이 같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힘은 바로 벌크선 분야에서의 뛰어난 전문성. 이 회사는 8만톤급 이상의 모든 벌크선을 제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립 이후 현재까지 수주ㆍ생산한 선박 대부분이 벌크선일 정도로 이 분야에서만은 빼어난 경쟁력을 자랑한다. 올 들어 수주한 벌크선도 18만톤급 8척, 8만2,000톤급 9척, 9만2,000톤급 1척으로 8만톤급 이상의 중형 벌크선 전분야에 걸쳐 고루 수주실적을 올렸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해양은 국내 대형 조선업체들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훨씬 뛰어나고 중국 조선업체들보다는 납기준수력ㆍ품질력 등이 높다"며 "벌크선 한 분야만 해온 만큼 벌크선만큼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SPP조선(SPP조선ㆍSPP해양조선)은 중소형 벌크선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올해 총 11척 75만9,000DWT 수주에 성공했다. 올해 수주한 선박은 모두 벌크선으로 8만2,000톤급이 8척, 3만5,000톤급이 3척으로 8만2,000톤급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SPP조선은 이 같은 신규 수주에 힘입어 올 들어 새로 수주한 물량(DWT 기준)만으로는 전세계에서 5위에 올랐다. 전체 수주잔량은 770만7,000DWT로 10위권 밖인 12위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신규 수주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SPP조선은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벌크선과 탱커선을 동시에 수주ㆍ생산해왔지만 지난해부터 벌크선 수주 및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벌크선의 경우 8만2,000톤급을 주로 생산해 풍부한 노하우를 쌓아왔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높은 품질력과 엄격한 납기준수로 벌크선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왔다"며 "최근 들어 발주되는 벌크선 중 8만2,000톤급이 주종을 이루다 보니 이 선종에 강점을 가진 SPP로 수주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조선업체들 중에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춘 해외 생산기지를 구축해 벌크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들이 있다. 중국 다롄에 생산기지를 구축한 STX그룹과 필리핀 수빅에 조선해양기지를 확보한 한진중공업이 주인공. STX그룹은 올 들어 총 17척의 선박을 수주했으며 이 중 벌크선이 절반을 훌쩍 넘는 13척에 달한다. 이 회사는 이달에만 총 9척 2억6,000만달러 규모의 벌크선을 수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STX다롄도 8일 3만7,000톤급 벌크선 4척을 수주하며 벌크선 수주에 힘을 보탰다. 한진중공업도 올해 18만톤급 벌크선 3척을 수주해 전량 수빅 조선소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조선업체들의 중국ㆍ필리핀 조선소는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달 들어 수주상담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수주 소식이 들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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