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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여간 비교적 안정된 모습으로 경제개혁을 주도하던 그리스 연립정부가 또다시 삐걱거리고 있다. 연정을 주도하는 신민당의 안도니스 사마라스 총리가 최근 국영 방송사를 일방적으로 폐쇄하자 연정 파트너들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에서는 조기총선이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솔솔 나와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사마라스 총리는 16일(현지시간) 남부 나프폴리오를 방문해 "최근 폐쇄를 결정한 헬레닉방송사(ERT)는 지출이 너무 많은 '죄악(sinful)'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11일 국제채권단이 요구하는 긴축재정의 일환으로 ERT를 전격 폐쇄하며 반대여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강경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사마라스 총리는 연정 파트너들에 대해서도 "공공 부문 인력감축은 옹호하면서 ERT 폐쇄에는 반대하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연정 파트너들은 즉각 반발했다. 연정 내 서열 2위인 사회당(PASOK)은 성명에서 "연정 파트너들에게 할 말이 아니다. 연정은 상호 존중의 기반 위에서 작동한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제3당인 민주좌파당도 "연정이 위기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이에 현지에서는 조기총선이 실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새나오고 있다. 16일 뉴욕타임스(NYT)는 그리스 일간지 대부분이 이날자 신문에 조기총선 가능성을 크게 보도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 경우 그리스 경제개혁이 뒷걸음질칠 수 있고 국제채권단으로부터의 자금지원도 끊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연립정부는 지난 1년간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국을 운영해 국가 경쟁력을 회복해왔다. 지난달에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1년 만에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정이 흔들릴 경우 이 같은 회복세는 찬물을 맞을 수 있다.
다급해진 연정 구성원들은 17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의견을 나눴다. NYT는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0%가 조기총선에 반대해 지금 당장 조기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은 낮으나 연정구성원 간에 의견차가 워낙 커 정국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