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빙 앤 조이] 홍콩, '만만디'와 '합리주의'의 용융점


구룡반도 침사추이 지역에서 본 홍콩섬 전경.


[리빙 앤 조이] 홍콩, '만만디'와 '합리주의'의 용융점 맹준호 기자 next@sed.co.kr 사진=홍콩관광진흥청 제공 구룡반도 침사추이 지역에서 본 홍콩섬 전경. 관련기사 • 쇼핑의 천국 홍콩 • 배 타고 하는 홍콩 관광 • 88올림픽 VOD로 본다 • "在日총련계 어깨펴고 살기를…" • '몸짱'의 계절 운동은 필수 음식은 선택 • 무조건 굶는 DIET 위험 회사원 이한수 씨(33)가 어릴 때부터 그렇게 홍콩에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8할 이상이 ‘홍콩 느와르’ 영화 때문이었다. 이 씨는 학생 시절이던 80년대 중ㆍ후반 동네 동시 상영관에서 보던 홍콩 느와르 영화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주윤발이나 유덕화가 주인공이던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의 시리즈는 겉으로는 거칠지만 의리에 죽고 사는 사나이들의 세계를 얼마나 비장하게 그렸던가. 긴 코트에 총을 숨긴 채 의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지만, 여인들에게는 더없이 차가운 남성들을 담은 그린 일련의 영화들은 ‘홍콩 느와르’라고 이름 붙여져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영화의 비장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 것이 바로 배경으로 등장한 홍콩의 거리였다. 거리의 모습은 중국 반환을 앞둔 막연한 불안을 낭만적으로 그려냈고, 관객들로 하여금 홍콩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부추겼다. 이씨 또한 대학생이 되자마자 처음으로 가본 외국 땅이 바로 홍콩이었고 이후에도 홍콩을 자주 관광했다. 지금의 홍콩은 느와르 영화의 배경이던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97년 중국 반환이 무리없이 이뤄진 뒤 불안감은 모두 사라지고 예전보다 더욱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금융과 무역, 관광 분야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시로 변모했으며 홍콩 사람들은 여전히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다. 홍콩을 모델로 삼은 상하이 같은 도시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제 도시로서의 위상이 홍콩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도 홍콩을 배워야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금융과 무역에서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을 따라잡아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관광 산업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천혜의 자연 자원이 없이도 관광 산업으로 매년 큰 돈을 벌고 있는 점 등이 그렇다. 특히 최근 한류 열풍으로 늘어난 관광객이 계속 한국을 찾게 하기 위해서는 홍콩의 관광산업이 걸었던 길을 벤치마킹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홍콩을 찾는다. 홍콩의 공항에서, 거리에서, 쇼핑몰에서 수많은 한국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한국 여성 관광객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 홍콩이다. 동양과 서양이 신기하게 조합된 곳, 중국인의 ‘만만디’ 정신과 서양인의 합리성이 절묘하게 조합된 도시인 홍콩.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홍콩의 어떤 매력이 한국인을 비롯한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는지 직접 살펴봤다. 구룡반도서 보는 夜景압권 영화 '중경삼림' '화양연화' '첨밀밀' 촬영지 홍콩의 청담동 '란콰이퐁' 등 볼거리 풍성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관광지 중 하나로 홍콩을 꼽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날씨가 따뜻하고, 거리가 멀지 않은데다(비행 시간 약 3시간), 최첨단 도시의 편리함을 느낄 수 있으며, 한 술 더 떠 쇼핑의 천국이기 까지 하다. 영어가 잘 통하는 것도 장점이다. 홍콩은 패키지 형식을 이용하지 않고 항공권과 숙소만 예약해 자유 여행 형식으로 가는 게 좋다. 실제로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자유 여행을 택해 책과 인터넷으로 정보를 모은 뒤 여행하고 있다. 자유 여행을 위해 먼저 준비할 것은 옥토푸스 카드라고 불리는 교통카드. 이 카드만 있으면 지하철, 선박, 트램(전차), 버스 등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편의점에서 쓸 수도 있는 카드다. 홍콩의 여행지를 소개할 때 가장 먼저 거론하는 것이 화려한 야경이다. 너무 많이 소개돼 식상할 만도 하지만, 그래도 홍콩 여행 얘기는 야경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맞다. ■아시아 최고의 야경 우리나라 예전 유행가 가사에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라는 대목이 있지만 이는 옛날 얘기다. 고층 건물이 뿜어내는 화려한 불빛 때문에 별빛은 보이지 않는다. 최고의 관광상품이 된 홍콩의 야경은 누가 하루 아침에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홍콩의 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이 초고층 건물을 세웠고, 그 건물에 화려한 광고판을 달았다. 그것들이 모여 화려한 야경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야경도 만만치 않지만, 홍콩의 경우는 홍콩섬 해안가에 화려한 건물이 모여있는 까닭에 특별한 광경을 연출한다. 야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구룡반도 침사추이(尖沙咀) 지역의 '연인의 거리'. 한강 정도 폭의 바다를 사이에 두고 홍콩섬의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난해 말부터는 매일 저녁 8시부터 20분동안 '심포니 오프 라이트'라는 행사를 벌인다. 고층 건물에 레이저 시설을 해놓고 밤하늘을 수놓는 이벤트다.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을 찍으려면 30분 전에 미리 자리를 잡아둬야 할 정도로 인파가 붐빈다. 야경을 높은 곳에서 보려면 빅토리아 피크에 올라가자. 45도 급경사를 아찔하게 올라가는 미니 전차 격인 '피크트램'을 타고 가면 된다. 피크트램은 예전에는 주민들의 교통수단이었지만 지금은 관광 목적으로 주로 쓰인다. 100년이 넘게 운행하면서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은 점을 자랑으로 삼는다. ■영화의 도시 홍콩 여행 기사 중 가장 흔한 테마가 영화 장면 따라가기 식의 전개다. 그 만큼 영화의 배경에 나왔던 곳들은 여전히 인기있는 관광지다. 우리나라 여성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 나왔던 곳들이다. 영화 '화양연화'에서 양조위와 장만옥이 식사하던 코스웨이(銅灣) 베이의 레스토랑과, '중경삼림'에서 경찰 663로 나온 금성무가 공중전화를 걸던 란콰이퐁(蘭桂坊) 소재 샌드위치 집은 영화 마니아들이 반드시 둘러보는 곳이다. '중경삼림'에서 양조위가 타고 다니던 옥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볼만하다. 세계에서 가장 긴(800㎙) 옥외 에스컬레이터로 유명한데, 용도는 언덕에 밀집한 주택가 주민들의 교통 수단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는 아래로만 다니며, 그 외에는 윗쪽으로만 다닌다. 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홍콩의 골목 주택가를 볼 수 있다. 화려한 고층 건물 바로 뒷편에서 홍콩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 '화양연화'에서 나온 골목이 바로 센트럴 지역의 골목인데, 영화의 배경이었던 60년대와 지금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옛것과 현대적인 것이 조화된 곳이 홍콩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영화 '첨밀밀'(甛蜜蜜)에서 중국 본토에서 갓 넘어온 장만위(張曼玉)와 리밍(黎明)이 촌스러운 모습으로 자전거를 타던 캔턴로드도 한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상가가 밀집한 침사추이에서 멀지 않다. ■이곳만은 꼭 가보자 여행 코스를 스스로 정하는 것이 자유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단체 관광의 필수 코스보다는 따로 들러볼 만한 곳들이 많다. 꼭 들러봐야 할 곳 중 하나가 홍콩섬의 란콰이퐁과 소호 거리다.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 압구정동이나 청담동 쯤에 해당하는 젊은이의 거리로 홍콩의 소비문화를 대표하는 곳이다. 저녁이면 홍콩에서 '좀 논다'는 젊은이들와 외국인들이 몰려들어 북적거리는데 지나다니는 사람 구경만 해도 재미있다. 이곳에 있는 소규모 식당들의 음식은 홍콩에서 가장 훌륭한 수준이다. 국제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에 소개된 곳도 있다. 홍콩섬 빌딩숲 가운데 있는 홍콩 파크도 가볼 만 한 곳이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정원인 셈이어서 산책하기에 남다른 정취가 있다. 여행 스케줄에 일요일이 꼈다면 홍콩 센트럴의 동상광장을 가봐야 한다. 일요일이면 필리핀에서 온 가정부들이 모두 이곳 거리로 몰려나와 하루를 보내는데, 그 인파가 대단해 처음 보는 사람은 놀라기 마련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한 홍콩은 필리핀 가정부들에게 별도의 비자를 내주고 법적으로도 보호하고 있는데, 일요일이 가정부들의 '정기 휴일'이기 때문이다. 바닷가에 가고 싶은 사람은 스탠리 비치나 리펄스 베이에 가보면 된다. 지하철은 다니지 않지만 버스를 타고 가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란타우섬 관광지 대규모 투자 교통·통신·컨벤션센터 완벽한 인프라에 동·서양, 과거·현대 문화의 절묘한 조화 홍콩은 남중국해에 떠 있는 홍콩 섬과 대륙에 붙어있는 구룡반도, 그리고 몇 개의 섬으로로 이뤄진 도시다. 아편 무역의 중심지로 출발해 99년간 영국 통치를 받을 때는 영국령 홍콩이었으나, 지난 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는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로 정식 명칭이 달라졌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일국양제(一國兩制) 정책 때문에 예전과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친중국계로 바뀌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적어도 50년 동안은 현재와 같은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덩샤오핑의 말이 지켜지고 있는 셈이다. 동서양의 문화가 신기하리만치 절묘하게 결합되고,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최대한의 자유가 보장되는 '아시아의 진주'로서의 위상은 더욱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화의 다양성 홍콩의 모습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다양성'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린다. 거리 곳곳에서 동양의 것과 서양의 것, 옛 것과 요즘 것이 절묘하게 어울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홍콩이 지금과 같이 다양한 문화를 자랑하고 있는 이유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100여 년 전 혼란기에 중국의 인재들이 영국의 영향권 아래 있던 홍콩으로 몰려 들었으며, 여기에 중국인 특유의 상술이 결합해 특유의 문화를 만들었다. 73년 사망한 영화배우 이소룡 또한 "중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홍콩의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냈다"며 "특히 중국 특유의 무협 문학과 중국의 오페라 격인 경극 관계자들이 홍콩에 모여든 것이 무협 영화라는 독특한 장르가 탄생한 배경"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홍콩의 언어는 광둥어(영어로는 캔토니스)다. 중국의 표준말 격인 베이징의 '보통화'(만다리니스)의 성조가 4성인데 비해 광둥어는 9성으로 이뤄져 조금 더 시끄럽게 들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통화를 배우는 열풍이 불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영어를 조금만 할 줄 아는 사람이면 대부분의 식당이나 상점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도 홍콩을 발전시킨 이유다. ■거대한 인프라 홍콩을 가보면 우선 거대한 인프라에 놀란다. 공항, 고속전철, 항만, 지하철, 호텔, 컨벤션 센터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어 도시 자체가 국제 비즈니스와 관광을 위한 인프라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홍콩의 비즈니스 인프라는 관광 산업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국제 금융과 무역의 중심지인 까닭에 늘 외국의 비즈니스맨들이 홍콩을 찾는데, 비즈니스맨들이라고 일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도 쉬는 시간이면 '관광객 모드'로 변신한다. 바로 이런 부분이 다른 나라 관광 산업이 홍콩을 부러워하는 이유다. 관광 산업이 '관광 상품'만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 비즈니스 환경과 맞물려야 더욱 크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홍콩이 보여줬다는 얘기다. 홍콩은 호텔의 나라이기도 하다. 언뜻 보면 그 많은 호텔이 어떻게 다 장사가 될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쓸데없는 걱정일 뿐이다. 주중에는 비즈니스맨들이, 주말에는 관광객이 방을 쓰는 구조가 정착됐기 때문에 비즈니스 호텔과 관광 호텔의 경계가 없다. 또한 교통과 통신도 외국인이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잘 정비돼 있다. ■발전하는 관광산업 홍콩의 관광산업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오션 파크나 빅토리아 피크(peak) 등 널리 알려진 관광지 외에도 다른 관광 상품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홍콩이 최근 특히 신경 쓰는 곳이 란타우 섬이다. 첵랍콕 공항이 있는 이 섬은 아직 개발의 여지가 충분한 곳이다. 지난해 가을 문을 연 홍콩 디즈니랜드도 이 섬에 건설됐다. 올해는 홍콩 관광청이 정한 '홍콩 대탐험의 해'다. 홍콩은 이에 맞춰 란타우 섬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지난해 12월 전시 컨벤션을 비롯해 각종 콘서트와 문화 행사가 가능한 아시아월드 엑스포를 개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란타우 섬의 옹핑 고원을 가로지르는 총연장 5.7㎞의 관광 케이블카가 올 여름 운행을 시작한다. 남중국해의 아름다움과 대형 청동불상을 볼 수 있는 홍콩 관광의 야심작인 것이다. 입력시간 : 2006/03/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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