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고성장으로 위상 높아진 터키, 국제무대 목소리 커진다

정치안정 바탕 내수·수출 호조 1분기 11.7% 비약 성장
이스라엘에 강경책·美對중동정책 제동등 힘 과시
몸달은 美·유럽, 잇단 구애 손길등 관계재설정 부심


SetSectionName(); [글로벌 포커스] 고성장으로 위상 높아진 터키, 국제무대 목소리 커진다 정치안정 바탕 내수·수출 호조 1분기 11.7% 비약 성장이스라엘에 강경책·美對중동정책 제동등 힘 과시몸달은 美·유럽, 잇단 구애 손길등 관계재설정 부심 문병도기자 do@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터키는 이제 더 이상 미국과 유럽이 기대하는 것처럼 녹록한 존재가 아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나라처럼 느껴질 정도다. 역동적인 경제와 정치적인 자신감은 서구가 생각하는 역할을 뛰어 넘고 있다. '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서방은 터키에게 적절한 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기사에서 터키를 이렇게 평가했다. 국제사회에서 터키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지적한 것이지만, 서구 사회가 부쩍 커버린 터키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애를 먹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터키는 '미국의 2중대'로 여겨졌다. 미국의 우방으로서 중동에서 미국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하는 동시에 아랍사회로서는 '공공의 적'인 이스라엘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행보는 그야말로 180도 달라졌다. 터키는 이스라엘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지난 5월말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지지구로 향하던 구호선단을 공격, 9명의 터키인과 터키계 미국인을 사살하자 터키는 "이스라엘이 사과하지 않으면 관계를 끊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미국의 중동정책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한달 전 터키는 핵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한 미국 주도의 제재결의안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터키는 이에 앞서 이란의 핵물질을 대신 농축해주는 중재안을 브라질과 공동으로 성사시켜 오바마 정부를 경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터키가 이처럼 국제사회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키울 수 있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경제가 몰라볼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터키는 세계 17위 경제대국으로 주요20개국(G20)의 멤버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터키의 경제는 보잘것없는 수준이었다.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6%에 달했고, 물가상승률은 72%에 달했다. 하지만 2002년 정의개발당(AKP) 집권 이후 정치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비약적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터키는 올 1분기중 11.4%나 성장, 중국(11.9%)에 이어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60%선에 불과하다. 재정적자 역시 내년에는 GDP대비 3%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에 이르는 물가 상승률을 빼면 어느 하나 흠잡을 데가 없다. 터키는 이 같은 비약적인 성과를 통해 터키의 회원가입을 번번히 거부한 유럽연합(EU)의 콧대를 보기 좋게 꺾어 놓았다. EU의 경기 회복 속도는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장 부진한 편이다. 유로존(유로화는 쓰는 16개국)은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제로성장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리스, 스페인, 영국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GDP대비 재정적자가 1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06년 자신이 소유한 은행을 내셔널뱅크오브그리스(NBG)에 매각한 서스누 오즈에긴은 뉴욕타임스와(NYT)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부도위험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수치를 제시하며 "10년 전 터키의 국가 부도위험이 이탈리아보다 낮다고 말했다면 아마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터키 경제가 급성장한 것은 7,300만 명에 이르는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수출 확대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터키는 과거 적대적이었던 이란, 시리아 등 아랍권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와의 협력관계, 이른바 '동방 정책'을 강화했다. 이들 나라의 인구는 대략 3억 명에 이른다. 지난 6월 터키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산업 기반이 취약한 이라크ㆍ이란ㆍ러시아 등지에서 과자류, 평판TV, 자동차 등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오즈에긴이 소유한 유로크레딧은행의 이익 중 35%가 러시아에서 발생한다. 해외 현지 진출도 활발하다. 초콜릿, 쿠키 등 과자류를 생산, 연 1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일디즈 홀딩스는 최근 들어 카자흐스탄,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우크라이나 등지에 공장을 세우고 독자 브랜드를 부착한 상품을 팔고 있다. 이란에서는 터키 기업이 비료공장과 기저귀와 여성용 위생용품 공장을 만들고 있다. 아카르산 그룹은 이라크에서 5곳의 병원공사를 수주했다. 터키 기업들이 이라크에서 수주한 금액은 300억 달러를 웃돈다. 이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주변국에서 터키로의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카스피해 연안국인 아제르바이잔은 터키의 주요 석유화학 기업을 소유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터키의 이슬람금융의 주요 투자자다. 아랍권, 러시아와의 거래 증가는 항공 수요에서도 잘 나타난다. 국적항공사인 터키에어라인은 이라크의 3개 도시에 취항하는데 이는 프랑스와 같은 숫자다. 리비아, 시리아, 러시아로의 취항도 늘고 있다. 러시아에는 7개 도시에 취항하는데, 이는 터키 이민자가 많은 독일에 이어 두 번째다. 경제 협력도 전략적인 부문으로 격상되고 있다. 터키 정부는 지난 6월 9일 러시아와 에너지협력협정을 체결, 지중해 항구 아쿠유에 짓는 원자력 발전소에 사용할 우라늄을 러시아에서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서구는 터키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터키의 눈치를 보며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는 터키가 서구로서는 전략적으로 절대 놓칠 수 없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터키의 친아랍 행보에는 EU 가입 거부도 이유가 됐을 것"이라면서 "EU가 터키의 가입을 허용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이 스스로를 유럽 가족의 일원이라고 느끼지 못한다면 다른 곳에서 동맹과 소속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터키를 두둔하기까지 했다. 오바마는 동방과 서방의 갈림길에 서 있는 터키의 환심을 사려는 듯, "터키가 민주 국가이자 사실상 이슬람 국가라는 점에서 역내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본보기"라고 칭찬하기도 했다. 터키, EU 가입무용론확산 국민들 거부감 커져·정부는 여전히 "가입 희망"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열망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EU의 핵심 멤버인 독일과 프랑스의 거듭된 가입 반대에 자존심이 상한데다 최근 10년간 이룩한 경제발전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EU 가입 무용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2004년만 해도 터키인 3명 가운데 2명이 EU가입을 찬성했지만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비율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부는 그리스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위기를 지켜보면서 "EU에 가입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 은행원인 메르멧 카나야즈(25)는 영국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앞으로 몇 년간은 우리가 EU를 원하기 보다 EU가 우리를 더 원하게 될 것"이라며"EU 경제는 이전만큼 경쟁력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EU에 일방적인 짝사랑을 보냈던 터키 정부 역시 자신감에 넘쳐있다.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지난 6월 흑해 연안 도시 리제에서 가진 연설에서 "EU가 옛 공산권 국가들을 대거 받아 들였지만 이들 나라는 우리보다 한참 뒤쳐진다"면서 "EU가 기독교 블록이 아닌 만큼 터키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성토했다. 터키인들은 과거 중부 유럽에서 페르시아만까지 지배했던 오스만 제국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이 같은 역사적 배경 때문에 '동방정책'을 강화하는 집권 개발정의당(AKP)은 '네오-오스만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슬람 근본주의가 점차 득세하면서 터키가 건국 이후 지향했던 유럽에 등을 돌리고 아랍권에 편입될 것이란 우려를 표시하기도 한다. 보수적인 무슬림들은 EU가입에 더욱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터키가 유럽에 속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에민 에르뎀(49)은 "우리는 EU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면서 "EU가입으로 우리가 지켜온 가치들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터키인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고 있지만, 터키 정부는 EU 가입을 희망하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한다. 아메트 다부토글루 터키 외무장관은 최근 영국에서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과 만나, "EU 가입은 여전히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영국은 터키의 EU가입을 적극 지지해 왔다. 헤이그 영 외무장관은 "EU가 터키의 회원가입을 거부한 것은 전략적으로 엄청난 잘못"이라며 EU가입을 반대하는 나라를 설득하겠다 말했다. 터키 외무장관의 영국 방문에 이어 EU의 외무장관 격인 캐서린 애슈턴 EU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이번 주 터키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에르도안 터키총리 등과의 회담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과는 별개로 터키는 현재 EU가입 요건 35개 가운데 13개 만을 이행한 상태다. 때문에 터키의 EU가입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독일과 프랑스가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더라고, 터키가 EU에 가입하는 것은 일러야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