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손, 두 번의 슬럼프 딛고 인생역전

PO 최종전 우승 124억원 챙겨… 페덱스컵 랭킹도 우즈 꺾고 1위
불안증세·폐렴 등 극복하고 재기


두 번의 슬럼프를 극복한 헨리크 스텐손(37ㆍ스웨덴)이 막판 뒤집기로 1,000만달러의 보너스를 삼켰다.

스텐손은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이스트레이크GC(파70ㆍ7,15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PO) 최종전 투어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로 우승했다.

지난 3일 PO 2차전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 이어 최종 4차전도 우승한 스텐손은 페덱스컵 PO 랭킹에서 '황제' 타이거 우즈(38ㆍ미국)와 자리를 바꾸고 종합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 대회 우승상금 144만달러(약 15억8,000만원)와 PO 우승 보너스 1,000만달러(약 108억원) 등 이날만 1,144만달러(약 124억원)를 손에 넣었다. 이 대회 전까지 페덱스컵 1위였던 우즈는 공동 22위(이븐파)에 그쳐 2위(보너스 300만달러)로 마감했다.

첫날부터 내리 선두를 달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스텐손은 PO에서만 시즌 2승(통산 4승)을 쓸어담으며 최고의 시즌을 완성했다. 이날 조던 스피스와 스티브 스트리커(이상 미국ㆍ10언더파)가 추격했지만 3타 차로 여유 있게 정상에 올랐다.

스텐손은 두 차례 나락을 경험했고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난 골퍼다. 2001년 유럽프로골프 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하며 유럽의 미래로 기대를 모았으나 드라이버 입스(yipsㆍ불안 증세)에 시달려 2003년 세계랭킹이 621위까지 떨어졌다. 2004년 유럽 투어 헤리티지에서 통산 2승을 거두며 부활한 그는 2007년까지 통산 6승을 기록하고 미국 PGA 투어에서도 2009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하는 등 한때 세계랭킹 4위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2010년부터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후원사와의 법정 소송, 바이러스성 폐렴 등이 겹치면서 세계랭킹은 지난해 3월 230위로 곤두박질쳤다. 2009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 덕분에 PGA 투어 시드는 유지했으나 2011년에는 페덱스컵 180위로 PO에 나가지도 못했고 지난해에도 PO 1차전 바클레이스에 출전한 뒤 짐을 쌌다.

그래도 포기는 없었다. 스윙 교정에 들어간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전성기 때의 감각을 되찾았다. 올 들어 5월까지 두 차례 톱10 입상으로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그는 7월 이후 '불꽃 샷'을 과시했다. 브리티시 오픈 단독 2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공동 2위, PGA 챔피언십 단독 3위로 질주하더니 PO 4개 대회에서 2승을 쓸어담으며 '대박'을 터뜨렸다.

스텐손의 부활에는 칼날 같은 아이언 샷이 바탕이 됐다. 스텐손은 PGA 투어 그린 적중률 71.96%로 1위에 올라 있다. 왼쪽 다리의 견고한 벽을 유지하면서 강력한 다운블로로 정확하게 볼을 때리는 그의 아이언 샷은 아마추어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과거 "슬럼프 탈출에는 묘약이 없다. 열심히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기 마련"이라고 했던 그는 최근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인생에서 잘나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처럼 골프나 주식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2009년 CA 챔피언십 때 진흙에서 날린 '팬티 샷' 대신 '1,000만달러의 사나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스텐손은 이날 "지금이 내 전성기"라며 기쁨을 누렸다. 그는 유럽 투어 시즌 상금랭킹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어 첫 페덱스컵과 유럽 투어 상금왕 동시 석권에도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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