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트 분양가격 때문에 청약접수를 해야 할지 망설이는 상담고객들이 늘고 있습니다.”
온라인부동산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 분양가격 거품논쟁이 일면서 청약포기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ㆍ수도권 요지의 아파트라면 분양가에 관계없이 일단 청약하고 보자던 지난해 하반기까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적정 분양가에 대한 수요자들의 각성은 단순히 청약포기에만 그치지 않고 직접 해당업체에 항의전화를 하거나 아예 시민운동을 전개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헐리웃 액션식` 분양가 인하 = 소비자들의 비난이 일자 분양가격을 일부 조정하는 주택업체들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양가 조정도 꼼꼼히 따지고 보면 `헐리웃 액션`수준에서 그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대부분 업체의 가격인하 폭이 공급가액의 1~2%정도에 불과한데다가 당초 기본 마감재로 포함시켰던 것을 선택품목으로 바꾸는 식으로 눈 속임을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지난해 서울에서 공급된 아파트 대다수의 가격이 적정선에서 최소 5%이상 과다책정 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인건비와 자재비, 토지가격 상승분을 감안하더라도 지난해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두자리 수의 분양가 상승률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금융비용 떠 안는 소비자 = 주택업체들이 분양가를 높게 잡는 것은 사업 리스크를 소비자에게 전가 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지매입이나 수주작업 난항으로 들어가는 각종 비용과 홍보비용, 금융비용 등을 간접사업비 명목으로 뭉뚱그리는 식으로 분양가를 올림으로써 사업 손실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연구원은 “원가절감 등을 통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주택업체들이 오히려 방만한 사업관리로 발생하는 비용을 원가에 가산하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에는 건설업체들이 재개발ㆍ재건축 조합원 지분 가격 평가 시 적용하는 `층별 효용격차`방식을 분양가 산정에도 확대시키고 있다. 이는 땅값ㆍ공사비는 같은 데 층ㆍ향ㆍ동ㆍ조망권 등에 따라 분양가를 달리 적용하는 것이다.
평형은 같은 데 건립되지 않은 아파트에 대해 층ㆍ향이 좋다는 이유로 가격을 달리 잡는 것은 결국 소비자가 취해야 할 개발이익을 건설업체가 챙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분양가 해결 없이는 집값 안정 없다 = 분양가 과다책정 관행이 바로잡히지 못하면 집값 안정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신규아파트의 분양가격이 높으면 주변 아파트 값도 그만큼 오르게 되고 주택업체는 이를 빌미로 다시 분양가를 올리는 악순환이 거듭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재로 인천지역의 경우 최근 동시분양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이 올초 분양됐던 아파트보다 30%나 비싸게 책정되자 주변의 기존 아파트 값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까지만 해도 평당 400만원 선이던 인천지역의 아파트 값은 이제 500만원 선을 넘어 600만원 대에까지 이르고 있을 정도다.
곽창석 닥터아파트 이사는 “정부는 지난해 수요자를 압박하는 정책을 통해 집값을 잡으려 했지만 이 같은 수요억제책은 금새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며, “주택가격 안정대책은 공급자인 주택업체들의 관리를 통해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