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함께 만드는 '영화경제학'

최재원(아이픽쳐스 대표)

[기고] 함께 만드는 '영화경제학' 최재원(아이픽쳐스 대표) 최재원(아이픽쳐스 대표)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 해마다 성장하는 영화제를 보면서 한국영화의 위상과 발전가능성을 확인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 같은 기쁨에도 불구, 한국영화만을 생각할 때 마음 한 편으로 가슴 서늘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진정 한국영화산업은 성공 가도에 놓여 있는가”라는 의문 때문이다. 한국영화는 ‘쉬리’ 이후 지난 5년간 관객 수, 작품의 질, 해외에서의 평가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르네상스’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실제 그럴까. 만 5년 영화산업에 투자해온 필자의 경험으로는 ‘쉽지 않다’라는 결론이다. 영화에 대한 투자는 투기로 분류할 만큼 위험이 높으며 성공한 1~2편의 성과가 전체적인 것처럼 포장되기도 한다. 1년 동안 개봉한 한국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는 영화가 전체에 약 30% 미만인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영화산업의 대표적 문제점은 매출의 대부분을 국내 극장상영에서 충당하고 있고 부가판권시장 등 2차 판권시장이 매우 미약하다는 점이다. 즉 극장에서 흥행에 실패하면 이를 보전할 시장구조가 없다는 얘기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극장수입보다 수 배에 달하는 DVDㆍVTR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방송 관련 매출, 출판 등 연관시장구조가 발달된 이른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Use)’가 실현돼 극장 흥행위험을 다른 시장에서 보상받는 구조를 가지고 있음이다. 아울러 계약구조도 우리보다는 자본측에 유리하게 돼 있어 수익분배 비율이나 손실 시 페널티 조항 같은 것이 필수요건으로 삽입돼 영화투자의 리스크를 보완하려는 흔적이 뚜렷하다. 그렇다면 극장 중심의 매출구조와 부가판권시장이 미성숙한 가운데 비디오시장은 하향세를 보이는, 게다가 계약구조에서도 투자자에게 불리한 한국영화산업의 가능성은 회의적인가. 부정적으로 보면 현재 영화산업이 극장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위주로 재편되고 있음과 수익성 위주의 지나친 상업영화 선호로 영화의 다양성 확보 및 질적성장이 저해된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점이다. 아울러 수익률 저조로 인해 금융자본의 퇴조 또한 반갑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점에도 한국영화는 매우 긍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우선 아시아권에서 가장 우수한 영화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다. 한류열풍에 해외영화제에서의 잇단 수상, 할리우드의 리메이크 판권 구입 등은 국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즉 해외시장 개척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장의 미성숙에 따른 발전가능성, 우수인력의 유입, 투자를 포함한 제반요소의 시스템화 등 여러 측면에서 기대감을 주고 있다. 이 같은 긍정적 요소는 현재의 부정적 요인, 즉 투자수익률 저하나 시장구조의 열위 등을 하나의 성장과정상의 난맥으로 인정하고 이를 극복함으로써 진정한 성장궤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같은 노력은 제작자나 투자자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투자와 구조적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고 제작자는 성공적 영화를 만드는 노력은 물론 투자자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영화에 대한 시각이 영화인들만의 일이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정서적 무기라는 점을 인식, 활용과 육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의 병행도 필요하다. 할리우드가 영화를 통해 청바지ㆍ햄버거 등 자신들의 문화를 각인시킨 것처럼 우리도 다른 나라보다 우수한 온라인 관련 제품 및 솔루션ㆍ모바일 제품 등을 ‘영화’를 통해 세계에 홍보하고 우리 정서를 심어보자. 더 좋은 영화를 양산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기울여지고 다시 양질의 작품의 생산되고 또 여러 노력이 지원되는 선순환구조가 이뤄진다면 미래는 밝다. ‘영화는 꿈’이라고 했다. 이제는 ‘영화’라는 꿈을 산업적 활용을 통해 현실로 이뤄내야 할 때다. 만드는 사람의 노력, 투자자의 인내, 관객들의 애정이 어울려야 만이 진정 꿈이 현실로 이어지는 영화의 경제학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4-10-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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