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 중이던 2009년에 단행한 정리해고는 무효라는 서울고법 민사2부의 판결이 나왔다. 정리해고가 적법했다는 1심의 판단과 반대다. 근거는 당시 대량 해고를 해야 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무급휴직 등 해고회피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송을 낸 쌍용차 해고 근로자 153명의 복직 여부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야 판가름나겠지만 생활고 등에 시달려온 이들과 가족은 희망을 갖게 됐다.
반면 구조조정 기업과 경영·사업권 인수자, 인수 후보자들은 이번 판결로 혼란에 빠졌다. 당장 법원 파산부의 승인을 받아 정리해고 등 자구계획 이행→법정관리 졸업→무급휴직자 455명 복직에 이어 희망퇴직자 복직을 앞둔 쌍용차도 격랑에 휘말렸다. 회계법인과 짜고 경영위기를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재개될 모양이다. 인수자인 마힌드라그룹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법정관리 기업 인수자는 법원이 승인한 자구계획을 적법한 것으로 보게 마련이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정리해고의 적법성 여부는 오직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었는지, 해고회피 노력을 다했는지를 따져 판단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경영·사업권 거래 당사자에게 이 같은 관할권 구분은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는 '법원편의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노동관련법상의 규제가 까다로워 선진국들에 비해 해고나 파견근로자 사용 등에 제약이 많다. 여기에 법원편의주의까지 가세한다면 법정관리를 포함한 기업회생 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구조조정 지연과 경영·사업권 인수 시장 위축, 경제효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투자 활성화와 고용률 제고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려면 대법원이 시장혼선 해소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 정부도 우리의 고용 유연성을 글로벌스탠더드에 맞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의 해고회피 노력만 강조하면 국내 일자리를 밖으로 내쫓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