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기업평가 사이트가 한국과 일본의 50대 주식 부호를 비교 분석한 결과가 화제가 됐다. 일본 부자들이 대부분 자수성가한 창업자들인 데 반해 한국은 부자 대다수가 재벌 2ㆍ3세 상속자들이라는 내용으로 일본의 기업 생태계가 한국보다 유연하고 진입장벽이 낮아 빠른 순환구조를 가졌다는 분석이 곁들여졌다.
일본에서 상속부자가 적은 것은 2차 대전 후 미 군정에 의해 재벌이 해체된 탓도 있다. 하지만 글로벌 의류업체인 유니클로를 세운 야나이 다다시 회장이나 정보기술(IT)기업 소프트뱅크의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 회장과 같은 도전적인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부호의 반열에 오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 한국보다 많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도 도전과 열정의 기업가정신으로 성공신화를 이뤄낸 창업자들이 끊임없이 배출됐다. 이병철ㆍ정주영ㆍ김우중 등 창업 1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윤석금ㆍ박병엽ㆍ박현주 등도 맨몸으로 굴지의 기업군을 일궈냈다. 1990년 이후 IT기업 창업 붐을 타고 김택진ㆍ김정주ㆍ이해진ㆍ김범수와 같은 벤처신화도 생겨났다. 무릇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법이어서 이들 중 일부는 그룹 해체의 비운을 맛보기도 했으나 그들이 몸소 실천한 기업가정신은 결코 폄훼할 수 없다. 한국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은 이들의 기업가정신을 자양분 삼아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정신이 사그라지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꿈과 열정을 가지고 창업에 나서기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공무원 시험에 수많은 수험생이 몰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공무원이 되겠다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창업을 통해 새로운 부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박약해지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할 때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29일 롯데호텔에서 개막한 본지 주최 '서울포럼'의 주제는 '기업가정신이 미래다'다.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인 창조경제가 구현되고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창의와 혁신의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개막식에 이어 30일에는 데이비드 스로스비 호주 맥쿼리대 교수의 강연을 비롯해 창조ㆍ과학기술ㆍ미래를 테마로 다채로운 강연이 이어진다.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라면 서울포럼 현장으로 달려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