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을 인물화로 표현하는 화가 김정선(37)의 개인전이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11~24일 열린다. 20여 점의 신작 가운데 MBC 김주하 앵커의 어린 시절을 그린 모습이 눈길을 끈다. "새 작업을 위한 인물을 찾던 중 우연히 인터넷에서 사진 하나를 발견했어요. 발랄하지만 원가 할 말이 많은 소녀의 얼굴이, 알고보니 김주하 아나운서였어요." 작가는 편지를 써 사진 이미지 사용의 허락을 구했고 김 앵커도 흔쾌히 이에 응해 작품이 완성됐다. 이 뿐만 아니라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의 스무살 시절 모습도 그렸다. '모나리자'와 같은 구도로 인물은 견고하게 자리 잡은 데 반해 자연과 배경이 스미듯 녹아들어 신비감을 자아낸다. "누군가의 옛날 사진을 보는 걸 좋아한다"는 작가는 사진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지만 묘사에 치우치지 않고 그 분위기와 기억을 표현하는 데 더 큰 몫을 할애한다. 인물의 머리에 난 뿔과 깃털, 장신구와 각종 문양 등에는 그 기억에 대한 각자의 사연들이 담겨있다. 작가는 "개인에게는 사적인 사진이지만 이를 통해 누구나 떠올리는 공통의 기억과 보편성을 끌어내 얘기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와 샌프란시스코 아트인스티튜트를 졸업한 작가는 애호가들 뿐 아니라 홍콩 크리스티, 싱가포르 아트페어 등지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아 왔다. (02)730-7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