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은 반짝반짝 빛났고, 손현주는 장중한 어둠의 빛을 냈고, 박혜숙은 이 빛들을 모아 따뜻함으로 조도를 맞췄다.
이들의 연기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아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드라마 ‘해를 품을 달’에서 스타로 떠오른 김수현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이제 연기마저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가 됐다.
그는 영화에서 동네 바보 동구와 북한 최정예 스파이라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소화해내야 했다. 그는 바보 연기를 위해 롤 모델로 삼은 배우나 역할이 있냐는 질문에 “바보 역할 들은 대부분 입버릇이 있다. 영구에게는 ‘영구 없다’ ‘띠리리리리리’ 등이 있고 ‘7번 방의 선물’의 류승룡은 ‘예뻐~ 예뻐~’라는 대사로 바보스러움을 표현했다. 그런데 동구 역은 그냥 액션으로 많이 보여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그는 영화 속에서 북에서 지령을 받은 대로 하루에 수번을 넘어져야 했다. 그는 동네 아이들에게 돌을 맞는 장면도 바보 캐릭터를 그려내는 일환으로 바보처럼 맞아야 했는데, 바보처럼 맞고 넘어지고 그래도 웃는 ‘동네 바보 형’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그는 또 누구나 마음 속에 동구라는 바보가 있다며 그냥 ‘히~’하고 웃고 싶고 그렇다며 그런 부분을 끄집어냈다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 최정예 제5446 남파특수공작부대 요원으로서 소화해야했던 액션신에서도 그간의 그의 노력이 드러났다. 그는 촬영 전 액션 스쿨에 다니며 액션을 연마했고 액션 촬영 두 달 간은 풀과 단백질을 만들어 ‘액션 몸’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부피가 큰 근육이 아닌 갈라지는 잔 근육이 필요할 것 같아서란다.
손현주는 어두움으로 빛났다. 그가 맡은 김태원 역은 5446 특수공작부대 총교관으로 자신의 제자자를 스스로 소멸시키겠다고 말하는 냉혈 인물이다. 김태원은 가장 어두운 캐릭터 중 하나다. 그의 연기력이 돋보였던 것은 촬영 전 두 시간에 걸친 렌즈 얼굴 흉터 특수부장과 생애 처음으로 도전하는 액션이 아니었다. 김태원이라는 캐릭터를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줘야하나라는 부분에 대하 고민과 그 결실 때문이다. 손현주는 드라마 ‘추적자’ 이후 첫 작품으로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택한 이유가 김태원이라는 인물이 그동안 없었던 인물이고 이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서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김태원은 그가 만든 캐릭터다. 자신기 훈련시킨 제자들을 스스로 소멸하겠다며 지도층에 보고하는 그와 그의 속뜻과 또 스스로 남으로 와 원류환, 리해룡, 리해진을 제거하는 행동에서 우리는 김태원에게 어떤 쪽으로든 동화되지 않는다. 자칫 잘못하면 배우들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사랑해 관객에게 공감을 주려 악역도 선역으로 변신시키는 우를 범하기 때문이다. 김수현의 연기가 ‘밝은 어두움’이었다면 손현주의 연기는 ‘어두운 빛’이었다.
한편 동구가 숙식을 제공받고 일을 하던 ‘석이 슈퍼’의 주인 아주머니 박혜숙은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보여주려 했던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듯함이라는 조도를 맞췄다. 동구에게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고 타박을 하고 월 20만원이라는 초저임금을 지급하는 악덕 사용자처럼 보이지만 동구에 대한 속정이 깊은 동구에게는 남한에 있는 ‘엄마’와 같은 인물이다. 동구가 “내가 변할까봐 두려워”라고 말하는 대사에서 그 변화를 서서히 이끌어낸 인물이 석이 슈퍼 아줌마이기도 하다. 동국 마지막 인사를 하며 떠나는 자리에서 “가더라도 밥은 묵고 가. 밥 굶고 다니믄 못쓴다”라고 말한다. 그 말에 동구는 밥 한 술을 뜨지도 못하고 자리를 뜬다. 아주머니는 떠나는 동구에게 그동안 월급 적다고 불만 많았지라며 통장을 건네준다. 통장에는 다달이 입금되는 명목이 ‘동구 월급’에서 ‘동구 퇴직금’에서 ‘우리 둘째 아들’에서 ‘동구 결혼 밑천’으로 바뀌어 입금된다. 김태원 역의 손현주가 캐릭터를 객관적 입장에서 보게 하는데 성공했다면 석이 슈퍼 아주머니 역의 박혜숙은 보편적인 ‘엄마’로 공감주는 데 성공했다. 눈빛 손짓 몸짓이 그냥 ‘우리 엄마’였던 것. 나랏일보다는 내 새끼 배 고픈 게 더 걱정이 우리의 엄마 말이다.
한편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5446부대의 전설같은 존재 세 명, 20000:1의 경쟁률을 뚫은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환, 공화국 최고위층 간부의 아들이자 류환 못지 않은 실력자 리해랑, 공화국 사상 최연소 남파간첩 리해진이 남파 스파이가 된다는 설정의 누적조회수 2억5,000만 뷰를 기록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6월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