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한우물… 살균기 전문기업 도약할 것

■ 신충식 에센시아 대표
세계 첫 칫솔살균기 개발하고도 값싼 중국 불법 복제품에 휘청
중기청 등 지원 받아 재기 성공
수저·휴대폰용 신제품도 개발 "내년부터 해외시장 적극 공략"

신충식

"26년간 칫솔살균기를 비롯해 살균 전문 제품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시장 변화에 따른 유행 제품을 만들 수도 있지만 한 우물을 파서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1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에센시아 본사에서 만난 신충식(54ㆍ사진) 대표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칫솔살균기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남달랐다. 그는 "26년전 세상에 없던 제품을 처음 내놨다"며 "힘든 시기 주위에서 다른 사업을 하라는 권유도 많았지만 신념을 갖고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제품을 만들도록 애쓰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 대표가 칫솔살균기에 젊음을 쏟아 부은 것은 어릴 적부터 치아상태가 안 좋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불편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관심을 갖다 보니 전문가가 됐고 이를 사업까지 연결시킨 것. 그는 "치아가 안 좋아 개근상도 못 받을 정도였는데 나이 들면서는 잇몸 병까지 생겼다"며 "칫솔을 삶고 바짝 말리기도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공학 전공을 살려 결국 자신이 직접 자외선 살균법을 발명했고 이를 사업화 시켰다.

오랜 시간 외길을 달려온 탓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 1988년에 첫 제품을 선보였지만 쓴 맛부터 봤다. 당시 소비자들이 칫솔살균기에 대한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

이후 1996년부터 제품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정부의 중소기업 홍보 지원에 힘입어 회사는 8년간 남부럽지 않은 성장가도를 달렸다. 매년 50~100% 성장해 2003년에는 매출액이 200억원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또 시련이 닥쳐왔다. 에센시아 제품을 불법 복제한 값싼 중국산 등이 판치면서 회사가 휘청거린 것이다.

신 대표는 "특허를 무시하고 쳐들어오는 복제품을 막기가 힘들었다"며 "절반도 안 되는 값에 복제품이 팔리다 보니 타격이 컸고, 불량 복제품들이 우리 제품으로 오인되기도 했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우리 회사 사례는 산업기밀 피해 사례로 크게 거론될 정도였고 그 여파로 지난해까지도 누적결손이 심각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 아픔을 이겨낸 에센시아는 올 들어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펴고 있다. 국내 판매 증가와 해외시장 수출 확대로 올 매출은 지난해 대비 400%나 늘어날 전망이다. 이 회사가 다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한 데는 중소기업청, 홈앤쇼핑 등 중기 지원기관의 도움이 컸다. 신 대표는 "홈앤쇼핑이 손잡아 주고 기업은행이 원부자재 구매자금을 지원 해 준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중기청의 건강관리 사업도 회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고마워했다.

신 대표는 칫솔살균기를 주력으로 하면서도 자외선 살균법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아용품 살균기, 휴대폰 살균기, 수저 살균기도 개발을 마쳤다. 특히 수저 살균기는 내년부터 주력상품으로 밀어붙일 계획이다.

그는 "수저는 끓는 물에 씻어도 안 죽는 균이 많지만 자외선에서는 무조건 죽는다"며 "가족간 간염은 바로 수저, 칫솔로 전염되는데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100% 살균이 가능해 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에센시아는 이미 살균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이 됐다"며 "살균기 전문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내년에는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 일본에 해외법인이 있으며 싱가포르에 수출하고 있다. 유럽, 아시아 등 시장을 넓혀 20개국 가량 거점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신 대표는 "기술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으며 이제까지 해외 전시회에도 15년간 참가해 세계시장에서의 입지도 탄탄하다"며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치고 올라오지만 내년에는 정상을 탈환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