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한지상, "나는 무채색의 배우… 다양한 장르 도전하고파"

연기는 정답이 없어… 나만의 상상력 발휘
새로운 캐릭터 만들어야


올 한해 이 남자만큼 여러 번 죽은 이도 없다. 친구 대신 단두대에 오른 '프랑켄슈타인'의 앙리, 옛 연인에 대한 집착 끝에 죽음을 맞은 '머더 발라드'의 탐으로 열연한 배우 한지상(사진)이 이번엔 짝사랑 여인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두 도시 이야기'의 시드니 칼튼으로 돌아왔다. 지난달 25일 개막 이후 '지'드니 칼튼의 매력으로 객석을 사로잡은 그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났다.

"캐릭터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작품 선택 기준이 장렬한 최후냐는 농담에 배우 한지상의 연기 철학이 진지한 답변이 되어 돌아왔다. "연기에는 정답이란 게 없어요. 내 스스로 상상력을 발휘해 나만의 답을 만들어야 하는데, 작품을 고를 때 이 점이 가장 중요하죠."

초연 후 세 번째 공연인 두 도시 이야기에 새로 합류한 배경도 그의 연기관과 맞닿아 있다. 작품과 왕용범 연출에 대한 믿음도 컸지만 관객들이 만난 이전 공연의 칼튼과는 또 다른 느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도전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배우가 공 들여 만들어 놓은 캐릭터를 그대로 답습하는 건 성대모사와 다를 바 없다"며 "영양가 없는 연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한지상은 그만의 칼튼을 '비관적 황희정승'으로 정리했다. "루시를 만나기 전까지 칼튼은 만사가 귀찮고 비관적인 캐릭터에요. 황희정승이 '나도 옳고, 너도 옳다'라 했다면 칼튼은 '이것도 최악 저것도 최악, 어차피 다 최악'이라 말하는 사람이랄까요. 그래서 다른 배우들의 칼튼보다 술 취한 모습을 좀 더 강하게 표현하기도 했고요."

두 도시 이야기에서 칼튼은 염세주의에 빠진 변호사지만, 짝사랑 상대인 루시로 인해 변화를 겪는다.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루시의 행복을 위해 칼튼은 그녀의 남편 대신 단두대에 오른다.

남의 아내가 된 여자를 위해 죽음을 택할 수 있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란 지적에 그는 "칼튼의 죽음이 곧 그의 행복"이란 말을 꺼냈다. "남편이 죽는다면 루시는 평생 불행할 수밖에 없고 그녀를 보는 칼튼도 불행하겠죠. 칼튼의 행복이 루시의 행복이란 것을 생각하면 그 선택이 이해가 가지 않을까요."

주로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서 활동해 온 한지상은 다른 장르로의 도전에도 의욕을 보였다. "저는 뮤지컬 배우라기보다는 그냥 배우로 자아를 실현하고 있어요. 뮤지컬도 결국엔 음악을 매개로 연기를 하는 거잖아요. 신중을 기해야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른 장르에서도 무채색의 배우로서 다양한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남은 한 해도 쉴 틈 없이 무대에 오를 계획이다. 최근 KBS '불후의 명곡' 녹화에 참여하며 첫 예능 나들이를 한 데 이어 9월엔 스승인 이지나 연출의 뮤지컬 '더 데빌'로 관객을 만난다. 김무열 등 친한 동료들과 만든 극단 '반상회'를 통해 해가 가기 전 연극을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있다.

휴식이 그립진 않을까 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지금이 배우로서 꽃다운 나이인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되죠. 제가 오래 쉬어봐서 잘 알거든요(웃음)."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8월 3일까지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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