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먼지만 일으킨 변액연금보험 공방


"상품이 월별로 보험료를 납입하는 상품인데, 한꺼번에 보험료를 내는 일시납처럼 수익률을 산출했더군요. 더구나 보험료에서 사업비도 빠지는데…."

기자가 한창 논란 중인 변액연금보험 수익률에 대해 묻자 대형 생명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최근 금융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자료의 허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금소연의 수익률 조사가 공정한 잣대에 따라 이뤄지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금소연은 비교대상이 될 상품을 선별하고, 수익률을 계산하는데 있어 전문가라는 이름값에 어울리는 엄밀성을 보여 주지 못한 측면이 있다. 수익률 산정시 월납과 일시납을 뭉뚱그렸고, 비교 대상이 된 보험 상품의 출시일도 달라 비교 자체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공신력을 지녀야 할 자료치고는 너무 허술하다. 보기에 따라서는 목적성을 갖고 그에 맞는 증거 자료를 모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

물론 이번 조사의 의미를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다. 보험사 관계자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판매 이후 사후 서비스를 등한시한 측면이 있다"거나 "보험료에 인건비 등이 포함됐음을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는 등 자기고백적 발언을 하는 이도 많다. 그만큼 이번 조사가 업계에 만연한 불완전 판매나 부실한 서비스 등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의 과정과 내용을 보면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다. 일단 '한국판 컨슈머 리포트'를 만들겠다는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여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만 집중한 티가 역력했다. 노후를 대비하는 장기 상품인 보험을 수익률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함으로써 보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은 점은 두고두고 아쉽다. "이번 논란이 고령화 사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연금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더 저급한 수준으로 만들지 않을까"염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금소연으로서는 수익률을 공개함으로써 보험사에 경각심을 주겠다는 취지가 얼마만큼 시장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졌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싸우면서 왜 싸우는지 이유를 잊어버리는 우는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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