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잦은 정책변화로 글로벌 기업유치 발목 잡아서야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나 사업본부·지역본부 등 헤드쿼터를 신설·확대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고 있다. 미국 GE·시스코·다우케미컬, 독일 바스프·머크, 일본 도레이, 스웨덴 볼보건설기계, 벨기에 솔베이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다. 사업 분야도 전자·자동차 소재에서 조선·네트워크 장비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 기업이 한국을 선택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름의 투자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이 생산기지로서의 장점뿐 아니라 우수한 R&D·정보통신기술 인프라와 인력, 거래처 의견을 수용하고 신속하게 대안을 찾는 개방성, 혁신능력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메이커로 발돋움한 국내 기업에 소재·부품을 납품하거나 한국을 신기술의 테스트베드로 삼아 중국 등 전 세계로 시장을 넓혀가기 위해서도 특정 사업 부문이나 지역 경영전략·기술개발을 위한 헤드쿼터나 R&D센터의 한국행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우리 입장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헤드쿼터·R&D센터 유치는 투자·고용을 확대하고 일자리의 질을 높일 수 있어 유리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이 점에 주목해 600여개의 잠재적 유치 대상 기업 리스트를 만들고 연내 50개 중점 유치 대상 기업을 선정할 계획이다. 기업마다 사업본부·지역본부의 기능이 제각각이라는 점을 고려해 헤드쿼터 인정기준도 마련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한국 정부의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고 규제가 많다는 점이다. 집권당이 같아도 대통령에 따라 주요 정책이 180도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규제완화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도 불만 요인이다. 노사갈등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비롯해 경영에 부담을 주는 의원입법 등 새로운 규제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도 못마땅하게 여기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자그마한 환경변화만 생겨도 곧바로 법령이 바뀌고 고강도 규제가 가해지는 '위험한 나라'로 분류할까. 이런 꼬리표를 떼지 못한다면 글로벌 기업들의 추가 투자확대 움직임이 계속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규제 리스크를 키워온 정부와 정치권이 달라지지 않는 한 글로벌 기업이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 확충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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