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에너지 공유… 계열사간 윈윈하죠"

■ 울산 산단 SK공장 가보니
케미칼, 스팀하이웨이 통해 '에너지'에 연료 전송
경제적 효과 연간 180억…"중기에도 공급 확대"

SK케미칼 직원들이 SK케미칼 울산공장 정문을 지나는 스팀하이웨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SK케미칼

TX 울산역에서 내려 다시 승용차로 갈아타고 울산 산업단지 방향으로 40분 가량 달리다 보니 도로 옆 숲길 따라 거대한 파이프라인의 숲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거점인 울산산업단지 중에서도 핵심을 차지하는 SK에너지 울산공장이다. 어른 두명이 껴안아야 할 정도로 굵직한 파이프라인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스팀 하이웨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었다.

파이프라인을 따라 10여분간 차를 몰아 결국 다다른 곳은 바로 또 다른 SK그룹 계열사인 SK케미칼의 공장 정문. 스팀하이웨이는 공단 내 도로 위아래를 넘나들며 걸쳐 SK그룹 계열사인 SK케미칼과 SK에너지를 잇고 있었다. 스팀 하이웨이는 SK케미칼이 생산한 스팀을 SK에너지 공장으로 전송하는 전용 통로다. SK케미칼은 하루 60여톤의 고온 고압 스팀을 스팀하이웨이를 통해 24시간 SK에너지로 보내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황춘연 SK케미칼 울산공장장 전무는 "SK케미칼이 친환경 자원으로 생산한 스팀에너지 중 여유분을 저렴한 스팀이 필요한 SK에너지에 공급하면서 서로 윈윈하는 구조"라며 "이 같은 시스템은 스팀하이웨이가 국내에서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과 SK에너지는 지난해 말 약 1년 반의 공사기간을 거쳐 스팀하이웨이를 구축했다.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은 10년 전부터 친환경 공장 구축에 나서면서 스팀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벙커C유 같은 전통 연료 대신 친환경 연료인 폐목재를 태우는 '에코그린 보일러'로 물을 끓여 스팀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같이 만드는 스팀 규모는 연간 40만톤. 벙커C유를 떼서 만든 스팀보다 30%가량 저렴하다.

SK케미칼은 다만 자원 활용 효율이 높아지는 만큼 잉여 스팀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SK에너지는 반대로 자체 스팀 수요가 늘고 있었지만 스팀 생산비용은 상대적으로 비싼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에 두 회사는 공동으로 스팀 하이웨이라는 해결책을 도출해냈다.

효과는 크다. SK케미칼은 하루 60톤의 스팀 판매를 통해 올해 약 22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에너지도 자체 생산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안정적으로 스팀을 공급 받게 됐다. 스팀 생산을 위한 추가 부지를 확보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 이에 울산 공단을 관리하는 산업단지공단은 스팀하이웨이 건립을 통해 SK계열사 및 공단이 얻는 경제적 효과가 연간 18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온실가스 10만톤 등 대기오염물질 400만톤을 줄일 수 있는 환경 효과도 크다.

이종석 SK에너지 동력팀장은 "SK그룹의 이념인 '따로 또 같이'는 계열사들이 자율경영을 하면서도 시너지를 내는 것이 핵심"이라며 "스팀하이웨이는 SK케미칼과 SK에너지가 각자의 사업환경에 맞춰 경영을 하면서 자원 공유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과 SK에너지는 이에 스팀에너지 공유활동을 SK종합화학의 자회사인 울산아로마틱스(UAC)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UAC는 이번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으로 설립에 탄력이 붙은 파라자일렌(PX) 생산업체로 올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UAC는 기존 두 회사 사이에 연결된 스팀하이웨이에 추가 파이프를 연결해 두 회사로부터 필요 스팀을 공급 받게 된다.

황영식 SK케미칼 동력팀장은 "2016년까지 새로운 친환경 대체 연료를 도입하는 등 개선을 통해 외부에 공급하는 스팀량을 100톤 까지 늘릴 것"이라며 "SK 계열사 외에도 스팀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공단 내 중소기업에도 스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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