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몸을 사리는 바람에 기업자금사정이 갈수록 악화, 신용위기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대기업의 부도사태와 추가 부도설이 나돌면서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꺼리고 오히려 회수에 급급함으로써 자금 사정이 한계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5대 재벌그룹과 재무구조가 튼튼한 상위그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기업들도 신규어음 할인과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부도 공포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한다.
금융권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업을 믿지 못해 대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말할것도 없고 대기업까지 돈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만을 탓할수는 없는 일이다. 엄청난 부실채권을 짊어지고 있는데 또 떼일 가능성이 없지않은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돈조심만 하고 있는한 돈이 돌지않고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의 추가 부도는 시간문제 일것이다. 회사채는 보증기피, 만기전 대출회수, 대출기간 단축, 추가 담보요구 등 대출조건을 까다롭게하고 자금운용을 초단기화할 경우 대기업인들 살아남을 기업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더구나 기업이 너나 할것 없이 자구노력과 구조조정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한계에 부딪쳐 있다. 이미 부도유예 협약 적용 기업이 쏟아낸 부동산이 엄청나다. 재무구조가 취약해서 부도예고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도 겁을 먹고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이미 쏟아져 나온 부동산만 줄잡아 10조원 어치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팔리지 않아 기업 자금마련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자구노력이 지지부진 한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도 원칙론만을 되풀이 할 뿐 신용불안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 금융기관에 대고 어음할인과 대출을 촉구하지만 정부말을 듣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정부의 메시지가 흐릿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의 자율을 존중해서인지 얼어붙은 자금시장을 녹이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방관 자세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새로 내세운 명분이 세계무역기구(WTO)협정이다. WTO가 뭐라 하길래 지레 겁을 먹고 당장 집안의 신용공황 사태를 나 몰라라 하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WTO협정이란 필시 핑계일 뿐 다른 속셈이 숨겨져 있지 않나하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것이다.
기업이 더 쓰러지고 경제가 어려운 속에서 금융기관만 독야청청 할수는 없다. 돈이 돌게 해야한다. 정부 눈치보지말고 독자적 판단과 기업평가기준을 갖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도와야 한다. 그것이 금융의 역할이다. 금융기관이 경제를 망친다는 비판을 받지않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