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위칭데이 충격없이 넘겨 주가 계단식 상승 예상

주식시장이 별다른 충격 없이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개별주식옵션 동시만기일)를 무사히 넘겼다.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1조3,000억원 대에 달한 가운데 동시만기를 맞아 청산물량에 대한 부담이 높았지만 시장은 예상과 달리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선물ㆍ옵션 동시만기라는 예정된 이벤트를 조용히 넘김에 따라 만기 이후 증시 전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종합주가지수는 만기를 맞아 1,091억원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졌지만 외국인들이 프로그램 매물을 소화해내며 전일보다 6.66포인트 오른 657.95포인트로 마감했다. 특히 외국인들은 만기에도 아랑곳 없이 720억원을 순매수하며 최근의 왕성한 매수세를 이어가 만기일 시장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이끌었다. 이 달 들어 그 동안 지루하게 이어지던 박스권 상단인 630선 돌파에 성공한 종합주가지수도 연 이틀 650선을 지켜내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당초 전문가들의 1차 반등 목표치인 650선에 이미 도달한 상태에서 주식시장이 추가상승을 시도할 지, 아니면 650선이 단기 변곡점으로 작용할 지가 만기 이후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 상승과 외국인 매수세에 의지한 최근의 강세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상승세가 국내 변수보다 해외 변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론은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또 이달 말부터 본격화될 미국 기업들의 2ㆍ4분기 사전 실적발표가 한ㆍ미 증시의 향후 흐름을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했다. ◇우려했던 만기 충격 없어=만기일을 맞아 프로그램 매도물량은 시장의 예상치에 크게 못 미치는 1,091억원에 불과했다.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청산물량이 4,293억원 쏟아졌지만 롤오버(만기연장)을 위한 비차익 매수세가 3,202억원에 달해 전체적인 매도규모는 크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만기를 맞아 1조3,000억원의 매수차익거래 잔액 중 약 70% 정도인 9,000억원 정도가 롤오버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선물 9월물에 대해 신규 매수 포지션을 쌓으며 긍정적인 시장 전망을 보인 점이 활발한 롤오버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4,000억원대의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청산됨에 따라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9,000억원대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기업 2ㆍ4분기 사전실적 발표에 주목=최근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미국 증시는 악재에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회복이 아직 부진하다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발표나 모토롤라ㆍ노키아ㆍ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개별기업의 실적경고 등이 외면당하고 있다. 악재에는 둔감하고 호재에는 민감한 전형적인 강세장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달 말부터는 미국 기업들의 2ㆍ4분기 사전실적 발표 시즌이 본격화돼 그 결과에 따라 증시방향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이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을 느끼며 펀더멘털로 눈을 돌릴 만한 시점에 실적발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S&P 500기업의 2ㆍ4분기 이익증가율 전망치는 5.9%로 지난 1ㆍ4분기의 11.7%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곧 미국 증시가 그동안 상승장을 이끈 기대심리에 대한 확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실적발표를 통해 확실한 방향성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추격매수 보다는 저가매수에 집중=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의 2ㆍ4분기 실적발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주식시장이 강한 상승탄력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이번 동시만기에 상당한 규모의 매수차익거래 잔액이 롤오버 됐다는 점에서 만기 이후 매물이 쏟아지는 후폭풍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미국 증시의 강세와 외국인 매수세를 감안할 때 단기적인 상승 분위기는 좀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성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증시가 저점을 높여가면서 계단식 상승을 위한 기술적 관문에 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리한 추격매수보다는 숨고르기를 의식한 저가매수에 집중하는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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