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수요측면의 인플레 압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국제유가도 내년 중반이후에는 안정될 수 있다며 3%내외 물가를 전망하고 있다.그러나 민간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전망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물가가 다소 오르더라도 이를 감수하면서 현재의 경기활황세를 지속하고 실업률을 떨어뜨리려는 정책의도의 결과로 보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선제적 물가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경기가 급속히 상승하면서 물가도 급등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상최저치 물가상승률=재경부는 올해 11월까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0.8%가 12월에도 이어지며 올 전체 물가상승률 0.8% 이하가 확정적이라고 밝혔다. 재경부 정병태(鄭炳台)물가정책과장은 『12월중에는 특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전자제품등의 가격 하락으로 0.18%의 물가하락요인이 발생한다』며 『이에 따라 올해 물가상승률 0.8%이하는 확정적』이라고 말했다.
올해 소비자물가기준 0.8% 상승은 65년 통계청에서 물가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저치의 물가상승률이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올해 환율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하락분이 크게 반영됐고 임금안정도 기여한 것으로 재경부는 분석했다. 경기가 활황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능력을 초과하는 수요측면의 인플레 압력으로 나타나지 않은 점도 물가안정에 기여했다.
◇내년이후 물가전망=재경부는 급속한 경기회복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압력이 미미하다고 보고 내년 물가상승률목표를 3%내외로 잡고 있다. 재경부는 국제원유가의 경우 미국 에너지정보국 등의 분석을 근거로 2000년 중반이후 석유 수출국기구(OPEC)소속 국가들의 결속력 약화와 비 OPEC국가들의 증산으로 배럴당 20달러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 역시 잠재성장률을 초과하는 정도의 과열이 아닌 만큼 현 상황에서 물가대책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등 연구기관들의 의견은 다르다. 올해 물가안정에 가장 큰 기여를 한 환율안정 효과가 올해에 그치고 내년에는 경기회복효과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KDI 관계자는 『환율하락 효과가 올해에 그치고 내년에는 경기요인에 따른 물가상승 압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임금상승도 큰 변수』라고 말했다.
◇물가상승 용인(?)하는 정부=내년도 물가에 대한 정부의 자세도 점차 3%이상의 인상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와 IMF는 지난 7월 정책협의에서 내년 물가를 3%「미만」으로 유지한다는데 잠정합의했지만 지난 11월30일 최종합의시에는 3%「내외」로 표현을 변경, 3%이상 인상을 수용했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태에서 물가를 다소 높이더라도 현 경기활황세를 유지하면서 실업률을 떨어뜨리려는 정부의 정책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KDI등에서 주장하는 「선제적 물가대책」등 조기 긴축정책이 끼여들 여지는 전혀 없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