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더불어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애플이 좀처럼 '시련의 계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역외탈세 혐의로 미국 의회로부터 청문회 출석통보를 받은 가운데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헤지펀드 등 주요 투자가들이 앞다퉈 지분을 매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현지시간) 쿡 CEO가 오는 21일 미 상원 조사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역외탈세 혐의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미국 밖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국내로 반입하지 않고 유지해 역외탈세를 조장해온 다국적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애플이 발행한 170억달러 상당의 회사채 역시 주주배당 및 자사주 매입에 활용해 90억달러 이상의 절세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애플이 지난 2012회계연도에 연방정부에 납부한 세금은 약 60억달러에 불과하지만 해외 수익을 자국으로 들여올 경우 납부세액 규모는 총 138억달러로 불어난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기관투자가들의 애플 주식 팔아치우기도 멈추지 않고 있다. 제품출시가 가을께로 미뤄지면서 혁신적 제품 출시 가능성이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미 2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는 1ㆍ4분기에 보유 중이던 애플 주식 4만2,125주를 전량 처분했다. 주요 헤지펀드인 아팔루사펀드도 24만7,000주를 매각해 애플 보유비중을 41%가량 축소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소로스펀드도 1ㆍ4분기 애플 주식 15만7,176주를 처분, 보유규모를 2만6,800여주로 대폭 줄였다. 반면 같은 기간 소로스펀드는 구글 주식 14만8,531주를 추가 매입해 총지분을 33만7,271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룬다.
한때 헤지펀드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애플이 최근 들어 확연한 몸값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드 테퍼 아팔루사펀드 대표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애플에 더 이상 특별한 감흥을 받지 못한다"며 "보다 창의적인 신제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애플 주가는 지난해 9월 주당 705달러를 고점으로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올 1ㆍ4분기에만도 17%가량 빠지는 등 고점 대비 40% 정도 폭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