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판로 지원·SW진흥법 18대 국회서 통과 시켜야"

찬밥 신세 중기 관련 법안
민생법안 밀려 자동폐기 우려 "반드시 처리를" 목소리 높아

여야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9월1일 본회의장에서 열린 18대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18대 마지막 국회에서 중소기업 관련 법안이 통과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서울경제DB

중소기업계가 18대 국회에서 마지막 본회의가 열릴 이달 24일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 개정안' 등 중소기업 관련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줘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이 말로는 두 법안을 포함한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 2월에도 선거구획정 논란, 총선 준비 등으로 중기 관련 법안을 찬밥 취급한 전례가 있어 중소업계가 다시 국회의원들의 대오각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

19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오는 24일 임시국회를 열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59개 민생법안을 모두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이들 59개 민생 법안은 지난 2월27일 법사위 검토와 여야 합의까지 끝냈음에도 의결정족수가 미달되며 통과가 안된 법안들이다.

특히 이 가운데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판로지원법 개정안)',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 개정안' 등 중소기업들의 생사와 관련된 법들이 포함돼 있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이들은 이번 임시국회 전체 계류법안 가운데 각각 18번, 21번의 순번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여야가 민생법안을 통과하겠다고 합의를 봤음에도 여전히 통과 가능성을 우려하며 "반드시 처리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동안 18대 국회의원들이 보여준 행태에 대한 실망이 너무 컸던 탓이다. 몇 차례나 미루다가 지난 2월27일 간신히 열린 임시국회 때도 의원들은 약속한 중기 관련 법안 통과를 보란 듯이 무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여야는 국회의원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리고 선구를 재획정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문제에만 혈안이 돼 40여건의 법안만 처리하고, 나머지 민생법안들은 '나몰라라'했다. 대다수 의원들은 자기 밥그릇만 늘리는 법안만 통과시키고 공천을 받기 위한 선거 운동을 하러 지역구로 내려가 버렸다. 지난 2월 임시국회 직후 수도권의 한 지역구에서 명함을 돌리던 한 친이계 새누리당 의원은 "민생법안은 왜 통과시키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원래 임시국회는 짝수 달에 열리니 4월 국회가 열리면 참석하겠다"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이번 임시국회도 총선 직후에 열린다는 점에서 선거에 떨어진 현역 의원들이 과연 출석이나 할지 불안해하고 있다. 또 ▦민간인 사찰 특검 법안 ▦국회 선진화 법안 등 중소기업과 무관한 법률이 우선순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만약 여야가 이번에도 민생법안과 무관한 사안으로 대립해 시간을 끌 경우 중기 관련 법안을 비롯한 민생법안은 대부분 자동 폐기될 게 뻔하다. 더욱이 판로지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명규 새누리당 의원과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발의한 정태근 무소속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모두 낙선했기 때문에 19대 국회에서는 이들 법안이 재상정될지도 오리무중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말로는 민생법안을 처리한다고 하는데 이번 국회를 여는 목적도 국회선진화법 등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업계가 다 안다"며 "중기 관련 법안이 또 무시돼도 끝까지 통과를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기 관계자들이 판로지원법 개정안 통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대기업이 분사 등 '꼼수'를 부려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된 품목에 대해 조달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퍼시스가 올해부터 대기업으로 분류되면서 중기 조달시장에서 퇴출되게 되자 조달사업부를 쪼개 팀스라는 위장 중소기업을 만든게 개정안 상정의 계기가 됐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2억5,000만원 미만 규모의 조달 발주에 대해서는 일반 경쟁제품이라도 대기업의 참여를 의무적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2억5,000만원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시하는 금액으로 이에 못미치는 조달 발주 규모는 국제입찰 기준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중기 전용시장으로 만들어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중소기업청의 한 관계자는 "팀스 문제 때문에 대기업 분할 중소기업 제한 사항만 부각됐는데 품목 뿐만 아니라 금액 규모로도 대기업의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 역시 중소기업계에는 절실하다"며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조달 건수로 보면 2억5,000만원 미만이 압도적으로 많다"며 "이번 국회에서 판로지원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다음 국회에서 새로운 의원들이 추진 의지를 가질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의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의 정부ㆍ공공기관 정보화시스템 구축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중소기업계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 관련 법안들의 국회 통과 여부가 계속 불투명하게 진행되니까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피해의식이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임시국회를 민감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지식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지경부는 장관부터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 개정안이 이번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중기의 영역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국회에서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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