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대응해 자사주 매입 등 합병회사의 주가를 적극적으로 띄우는 방안을 채택할지 관심이다. 또한 통합 삼성물산의 손자회사가 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장해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 드라이브를 거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내달 17일 임시주총에서 진행되는 엘리엇과의 의결권 대결을 앞두고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주요 주주들을 설득해 우호세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은 임시주총에 앞서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30일 긴급 기업설명회(IR)를 연다. IR은 자율공시 항목으로 미리 알려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보름 전에는 사전에 일정을 알리는 게 관례다.
하지만 제일모직은 29일 오전에서야 e메일을 통해 주요 증권사에 IR 개최 사실을 통보했다. 양사 합병을 둘러싼 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부랴부랴 일정을 잡은 셈이다. 이 자리에는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과 김봉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IR에서 특히 통합 삼성물산 출범 이후 자사주를 매입하고 배당성향을 높이는 등 주주친화 정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할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합병 삼성물산 출범 이후 삼성이 주주 가치를 어떻게 제고할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주주들에게 삼성을 믿고 투자해도 좋다는 시그널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사주 매입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의결권 있는 주식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현대자동차그룹이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일명 '거버넌스 위원회(주주권익 보호 위원회)' 구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나올지 여부도 관심이다.
삼성은 자사주 매입 같은 '단기 대책' 과 더불어 장기적으로 통합 삼성물산의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청사진도 하나씩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추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지분 90.4%를 갖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고, 합병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51%를 보유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통합 삼성물산의 손자회사가 미국 증시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상장이 성공하면 자연히 합병회사의 기업 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삼성 관계자는 "연구개발(R&D)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상장 쪽에 무게를 두고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바이오 기업에 대한 투자가 열풍을 타고 있어 상장만 되면 상당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한편으로는 삼성의 제일모직 긴급 IR과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 추진이 내달 1일 법원이 결론을 내는 엘리엇의 삼성물산 주총 소집 금지 가처분 신청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원의 판결을 앞두고 합병의 정당성을 더욱 보강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리적으로 주총 금지 결론이 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ec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