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 물이 넘쳐야 과열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2015년 주식 시장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코스피는 연초부터 1,900포인트를 밑도는 부진함을 보였고 외국인과 기관은 앞다퉈 매도 우위의 자세를 보였다. 시장 관심사였던 삼성전자가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요 기업들의 실적은 기대치 아래로 3년째 실적 하락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1월 효과의 수혜는 코스닥 시장이 전부 흡수한 듯하다. 지난 1월 코스닥 시장의 수익률이 8.95%로 세계 4위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연간 수익률이 2015년에 접어든 지 불과 한 달 만에 달성된 것은 중소형주 중심의 코스닥 시장에 시중 자금이 집중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코스닥의 1월 강세 현상은 5년째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연초 코스닥 강세가 있었고 이러한 상승이 반년 가까이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 고점이 연초 대비 16.3%나 상승했기 때문에 2015년 1월 코스닥 시장의 상승을 단순히 과열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기업 실적으로 설명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

한때는 코스닥 종목을 단순 테마주로 분류해 껍데기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코스피와 코스닥 대표 100개 기업의 실적을 보면 코스닥의 매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2014년 거래소 대형주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과 달리 코스닥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포인트가량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코스피 대비 시가총액은 작지만 대외 민감도가 제한적이고 성장성을 확보한 중소형주의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코스닥 지수는 수년 동안 600포인트 선을 돌파하지 못하는 박스권 양상이지만 현재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과거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현재 코스닥 지수는 코스닥 시장을 대표하는 설명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반면 코스닥 벤처기업지수는 1,450포인트를 돌파하는 등 최고치 경신을 지속하고 있다. 코스닥 벤처기업부는 기업규모·재무요건·성장성을 기준으로 산출된다. 기업규모는 자기자본 300억원 이상 또는 벤처기업 중 연구개발(R&D) 비용이 5% 이상인 기업이며 재무요건은 자본 잠식이 없고 당기순이익이 최근 3년 중 2년 이상 흑자인 경우, 성장성지표는 최근 매출액 증가율이 20%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즉 저성장 시대에 접어드는 한국 경제에서 투자 매력이 가장 높은 기업들의 집합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벤처기업부에 소속된 277개 기업 중 77%가 연초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고 이 중 80%는 지난 3개월 수익률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단순한 이슈로 인한 상승이기보다는 추세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5년째 반복되는 코스닥의 1월 랠리는 어느 면에서는 방향성을 상실한 한국 증시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그리고 올해에도 코스피의 박스권 탈출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저성장 시대에 가장 유망한 투자처는 어디일까. 속도가 느려진 경제보다 앞설 수 있는 기업·산업 등이 가장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실적이 뒷받침되는 우량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물이 끓는다고 과열은 아니다. 넘쳐야 과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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